이재명 대통령은 8일 "대통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가장 큰 책무"라며 "야당 대표뿐 아니라 야당 정치권의 얘기, 야당을 통해 들리는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오찬 회동을 하면서 모두발언을 통해 "저는 민주당 출신 대통령이긴 하지만 이제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저는 여당뿐 아니라 야당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야당은 하나의 정치집단이지만 국민의 '상당한 일부'를 대표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 의견을 듣고 정치를 해야 한다"며 국정에 모든 국민의 목소리도 공평하게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저도 야당 대표를 하면서 느낀 점이 많다. 정치는 어쩔 수 없이 자기 지지층의 목소리를 낼 수밖에 없지만, 한편으로는 야당도 주요한 국가 기관이라는 생각을 한다"며 "여야가 서로 용인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찾아내며 공통 공약은 과감하게 같이 시행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최근 있었던 한미정상회담도 언급한 뒤 "우리가 (내부적으로는) 다투며 경쟁하되, 우리 국민 혹은 국가 모두의 이익에 관한 것들은 한목소리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가 공개석상에서 '나라의 힘을 길러야 하겠다'고 말씀을 드린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정상회담은 일종의 통과의례 같은 것이었다. 뭘 얻기 위해 하는 회담이 아니라 필요해서 하는 것이자 뭔가를 지키기 위한 자리였다"며 "(이런 부분에서 공감대를 이루기가) 매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떠올렸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이럴 때는 우리 전체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함께 힘을 모으면 대외 협상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당부했다.
◆장동혁, 李대통령에 '더센특검법·내란특판법' 거부권 행사 요구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8일 이재명 대통령을 만나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더 센 특검안'과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장 대표는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의 첫 오찬 회동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대통령께서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서라도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생을 살리고 정치를 복원하고자 한다면 지금 특검을 연장하겠다는 법안이나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겠다는 법안에 대해선 대통령이 과감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해주십사 하는 건의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그렇지 않다면 이런 법안이 결국 대통령의 뜻과 같은 것 아니겠냐고 국민께선 오해하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대표가 말한 '더 센 특검안'은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특검)의 수사 기간·범위·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관련 재판을 일반에 녹화 중계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어 본회의 처리를 앞둔 상태다.
내란특별재판부 설치 등을 포함한 '12·3 비상계엄의 후속 조치 및 제보자 보호 등에 관한 특별법안'(내란특별법)은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1소위원회에서 심사 중이다.
장 대표는 "민생과 경제를 위해 대통령께서 정부와 여당, 야당이 함께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 주고 그 소통 창구를 계속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사실상 여야와 정부가 국정 운영을 논의하는 상설 기구인 여야정 국정협의체를 제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 수사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장 대표는 "취임 100일 동안 대통령보다는 특검이 더 많이 보였고, 국회도 야당은 없고 민주당 한 당만 보였다는 우려가 있는 것 같다"며 "우리는 특검을 바라보길 과거에 대한 청산이라고 하지만 국제적으로는 특검의 무리한 수사가 인권 유린이나 종교 탄압으로 비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장 대표는 "상법, 노란봉투법이 통과됐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강력한 적용을 말씀하시면서 건설 경기 악화, 내수 부진, 자영업자 폐업 증가 등 악순환이 계속된다"며 "기업들이 숨 쉬고 원활히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부동산 정책에 대해선 "수요자 욕구와는 거리가 먼 공급자 중심의 대책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며 "규제 중심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수요자 중심의 공급 정책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부 조직 개편안과 관련해선 "특정 집단을 위한 조직 개편이 아니라 국민 전체를 위한 조직 개편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 한국인 체포 사태에 대해선 "동맹국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에 왜 굳이 지금 한국인가, 외교적 합의가 어떤 건지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회동에는 대통령실에서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 김병욱 정무비서관이, 민주당에서 한민수 대표 비서실장과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국민의힘에서 박준태 대표 비서실장과 박성훈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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