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협치 문턱 선 여야, 정기국회 난맥상 풀까 [李대통령·여야 대표 회동]

정청래·장동혁, 어색한 첫 대면

극한 대립 속 대화 창구 열려
예산안·민생법안 등 협치 주목
“여야 물밑 정치 본격화” 기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8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오찬 회동을 계기로 첫 상견례를 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두고 갈라져 있던 여야 대표가 처음 마주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에서는 “이번 회동을 시작으로 여야 간 물밑 정치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정 대표는 그동안 윤 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두고 강경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내란 세력과는 악수하지 않겠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으며 야권을 몰아붙였다. 국민의힘의 입장 정리가 미비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노상원 수첩’을 연거푸 언급해 계엄 음모의 실체를 부각시켰다. 국민의힘은 이런 표현을 두고 야당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맞섰다.

그렇지만 이런 배경에도 불구하고 여야 대표가 대통령을 매개로 대화를 시작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정기국회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양당이 어떤 의제부터 풀어갈지가 관심이다.



민주당은 민생경제와 개혁입법, 특히 윤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린 ‘검찰·사법·언론 개혁’을 우선 과제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은 여당 프레임을 ‘정치보복’으로 규정하면서도 민생·경제 현안에는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 이 대통령,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양당의 이번 상견례는 정기국회 의제 설정의 분기점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내년도 예산안, 민생경제법안, 개헌 논의 같은 굵직한 현안은 여야가 협치 여부를 시험받는 장이 된다. 정 대표의 강경 기조가 여전히 변수이지만, 협치 무드가 일정 부분 형성될 경우 여야는 ‘민생경제협의체’ 같은 실무 협의 틀부터 가동할 수 있다. 반대로 탄핵과 계엄 문제를 둘러싼 입장 차가 재차 부각된다면 정기국회는 공방 일색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강경파가 “사과 없는 협치는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일부에선 “국민이 바라는 것은 미래지향적 협치”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역시 대통령을 매개로 한 첫 대면이 향후 협상 동력을 마련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결국 이번 회동은 극한 대립 속에서 최소한의 대화 창구가 열렸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미를 가진다. 정기국회가 진행되면서 여야가 민생·개혁·안보라는 구체 의제를 둘러싸고 실제 협치로 나아갈지, 아니면 다시 강대강 대결로 회귀할지가 향후 정국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