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인 인재”…안성 교량 붕괴, 위험천만한 상황서 공사 장비 이동 [사건수첩]

시공계획서 명기된 전도방지시설 미리 제거되거나 기능 상실
불안정한 거더 위로 400t 빔런처 후방이동…하중 지탱 못 해
안전 매뉴얼 준수 안 하고, 구조물 전도방지시설 임의 철거

10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상판 구조물 붕괴 사고는 예견된 인재(人災)였다는 수사당국의 판단이 나왔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과 노동 당국은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신병 확보 절차에 들어갔다.

 

경기남부경찰청 광역수사단 수사전담팀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하청업체인 장헌산업 현장소장 A씨,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 현장소장 B씨 등 2명,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 감독관 C씨 등 2명을 포함해 모두 5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지난 2월 일어난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 교량 상판 붕괴 사고현장. 오상도 기자

경찰과 고용부는 이번 사고를 해당 구조물의 전도 방지 시설을 임의로 해체하는 등 안전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발생한 전형적 인재라고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지대 고정 장치가 제거된 상태에서 400t 무게를 얹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2월25일 오전 9시49분쯤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청룡천교 건설 현장에서 거더(다리 상판 밑에 까는 보의 일종)가 붕괴해 근로자 4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것과 관련, 사고 예방 의무를 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사고는 400t짜리 지지대를 인양하는 장비인 빔런처가 지지대 위를 뒤뚱거리며 후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빔런처는 2011년부터 대형 교량 공사에서 사용 중인 건설 장비이지만, 뚜렷한 지침이나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사건 관계자들이 안전 매뉴얼을 무시한 채 전도 방지 시설을 철거하고 안전성 확보 없이 빔런처를 후진했다는 것이다.

 

지난 2월 일어난 경기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9공구 교량 상판 붕괴 사고현장. 오상도 기자

아울러 분해·재조립에 2개월이 걸리는 정상 절차 대신 2주 만에 끝나는 편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 간격 역시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없이 임의로 계산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하청업체인 장헌산업이 지난 1월 스크류잭을 대거 해체했지만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과 발주처인 도로공사는 사고가 날 때까지 이를 알고도 방치한 것으로 봤다.

 

경찰과 노동부는 사전 구속영장 신청 대상자 외에 장헌산업 대표를 포함해 시공사, 발주처 관계자 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시공 계획에는 빔런처의 후방이동과 모든 전도 방지 시설의 설치가 계획돼 있으나, 실제 시공 과정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를 바로 잡아야 할 관리·감독 책임자라도 의무를 이행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