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여러 의혹을 수사하는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공천개입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김상민 전 부장검사를 9일 소환했다.
김 전 검사는 이날 오전 9시49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검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했다. 전날인 8일 특검이 김 전 검사의 지방 소재 주거지를 압수수색 한 지 하루 만이다. 특검이 지난 7월 김 전 검사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 한 후 두 번째 압수수색이었다.
포토라인에 멈춰 선 김 전 검사는 그간의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는 “이우환 화백의 그림을 김건희씨 측에 건넨 게 맞느냐”는 질문에 “저도 수사를 오랫동안 해온 사람이지만 수사하면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확증편향의 오류”라며 “지금 특검 수사를 통해 누설되고 있는 많은 수사 관련 정보가 많은 오해와 억측에 기반하고 있는 거 같다. 그 부분에 대해 상세히 소명하고 나오겠다”고 했다. “공천 청탁 목적으로 그림을 건넨 것인가”, “국가정보원 특보 임명에 김씨가 관여했나” 등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김 전 검사는 지난해 4·10 총선에서 김씨 지원을 받아 김영선 전 의원 선거구인 경남 창원 의창구 지역구에 출마하려 했다는 ‘공천개입 의혹’의 당사자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작년 2월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통화록 복기 내용에는 김씨가 “김상민 (전) 검사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때 정말 고생 많이 했어요”라며 “김상민이 의창구 국회의원 되게 도와주세요. 김영선 의원은 어차피 컷오프라면서요”라고 말한다. 명씨는 또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창원 의창구에 김 검사가 당선될 수 있도록 지원하라. 그러면 선거 이후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검사는 공천에서 탈락했고, 지난해 8월 국가정보원 법률특보에 임명됐다.
최근 특검이 김씨의 친오빠인 진우씨의 장모집에서 발견한 이우환 화백 그림의 구매자를 김 전 검사로 특정하며 ‘공천개입 의혹’ 수사는 ‘매관매직 의혹’으로 확대됐다.
특검팀은 이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 800298’을 김 전 검사가 사서 진우씨에게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해당 그림은 지난 7월 특검이 진우씨 장모 집을 압수수색하던 중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은 김 전 검사가 공천과 공직 임명을 대가로 그림을 김씨 측에 전달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다만 김씨 측은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씨 측은 “이 화백에 대해 김씨는 별로 관심없다”며 “오빠 집에 걸려있던 그 이상의 그림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6일 조사에서 특검이 그림과 작품 보증서 사진을 제시하며 캐물었지만, 김씨는 “이 화백의 그림은 위작이 많아 나라면 사지 않았을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상민→김건희, 이우환 그림 위작 논란…수사 영향은?
최근 이 화백의 그림을 두고 국내 감정 기관들이 엇갈린 결과를 내놓으며 위작 논란도 불거졌다. 특검은 그림의 진품 여부를 판단한 뒤 뇌물 가액을 얼마로 볼 것인지를 두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뇌물 가액을 어떻게 추산하는지에 따라 형사처벌 수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한국화랑협회와 한국미술품감정센터에 해당 그림의 감정을 의뢰했는데, 각각 위작과 진품 판정을 내렸다고 한다. 특검은 이 화백의 그림이 2022년 대만 경매업체에서 약 3000만원에 낙찰된 뒤 인사동 화랑으로 갔고, 2023년에 김 전 검사가 1억4000만원에 최종 구입해 김씨 측에 전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후 재판에서 뇌물 가액 추산을 두고 특검과 김씨 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다만 그림의 진품 여부가 현재 특검 수사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정빈 변호사는 “만일 가품이라 하더라도 실제 김 전 검사가 구매했고, 무언가의 대가로 전달됐다는 사실만 확인하면 되기 때문에 수사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뇌물 가액에 따라 처벌 수위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뇌물 가액이 3000만원을 넘어가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일반 뇌물죄보다 더 중하게 처벌된다. 1억 원을 넘기면 ‘10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다.
장윤미 변호사는 “진품 여부와 관계없이 (김 전 검사가) 본인의 인식 하에 실제로 돈을 주고 샀기 때문에 위작을 받아 대가성이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