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특파원 시절이던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유명을 달리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에서 일하던 중국인 운전기사 얼굴엔 슬픔이 가득 차 있었다. 이유를 물으니 재임 시절 방중한 노 전 대통령이 보여줬던 배려 때문이었다. 2006년 한국대사관을 찾은 노 전 대통령이 한국인 외교관뿐만 아니라 중국인 직원들과도 일일이 악수하며 따듯한 정을 나눴던 것을 잊을 수 없어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중국 링다오(領導·지도자)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애정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 타계 약 3개월 후 이번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다. 노 전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사망 때 주중 한국대사관에 마련된 분향소를 찾은 중국인의 숫자나 중국 당국자의 직급에 큰 차이가 있었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내 인기, 중국 서민에게까지 전달된 따뜻한 인간성과 관계없이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중국 당·정의 예우가 더 특별했다. 재임 시절 동아시아의 대국(大局)을 조망하는 정책을 전개했던 김 전 대통령을 중국이 존중하고 있다는 한국 외교관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