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도 높은 기존 브랜드들이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편의점 음료 시장에서 예상 밖의 신예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에서 지난 6월 출시한 혼합 음료 ‘얼박사’가 출시 두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50만개를 돌파하며, 전체 음료 매출 1위에 올랐다.
자양강장제와 사이다를 얼음컵에 혼합한 이 제품은 GS리테일과 동아제약이 손잡고 개발한 이색 음료다.
얼박사는 기존 소비자들의 ‘꿀조합’으로 불리던 레시피를 제품화한 것으로, 음료 시장에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제시하며 주목받고 있다.
◆익숙함과 새로움의 공존…왜 얼박사가 통했나?
편의점 음료 시장은 ‘포카리스웨트’, ‘코카콜라’, ‘게토레이’ 등 오랜 기간 사랑받아온 브랜드들이 강력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분야다. 이런 환경에서 신제품이 단기간에 1위를 차지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에게 이미 친숙한 조합을 완제품으로 상품화하면서, 접근성을 높인 점이 주효했다”며 “MZ세대의 실용적 소비 성향과 SNS를 통한 입소문이 시너지를 냈다”고 분석했다.
가격 대비 성능, 이른바 ‘가성비’가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자양강장제, 사이다, 얼음컵을 개별적으로 구매해 음료를 만들어야 했지만, 얼박사는 이를 하나로 묶어 최대 32%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직접 만드는 번거로움 없이 더 싸게’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한 젊은 소비층의 반응도 폭발적이다. GS25가 서울 및 수도권 대학가 인근 점포 120곳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9월 첫째 주(1~7일) 동안 얼박사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197.7% 급증했다. 이는 단순한 흥행을 넘어선 소비 트렌드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
한편 SNS에서는 ‘얼박사 맛 후기’, ‘꿀조합 음료 추천’ 등의 콘텐츠가 다수 공유되며 바이럴 효과도 일조하고 있다. 간편한 조합, 특이한 맛, 그리고 약간의 향수를 자극하는 레트로 감성까지 더해지며 ‘경험 소비’를 중시하는 젊은 층에게 깊이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음료 시장의 고정관념을 깨겠다”
GS리테일은 이번 흥행을 계기로 ‘편의점 꿀조합의 상품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유재형 GS리테일 음용식품팀 매니저는 “얼박사는 고객들이 즐기던 음료 조합을 정식 상품으로 구현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고객 니즈와 트렌드를 반영한 이색 음료로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음료 하나가 이끌어낸 편의점 상품 기획의 혁신. 얼박사의 성공은 단순한 인기 상품을 넘어, 소비자 참여형 제품 개발과 고객 취향의 빠른 반영이 어떻게 새로운 시장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