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특검법 개정안 수정 합의 파기 사태를 계기로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갈수록 거세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당 차원에서 “긴밀하게 소통”(김병기 원내대표)한 끝에 결단한 국민의힘과의 첫 합의를 뒤집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당내 투톱인 정청래 대표와 김 원내대표 간 갈등이 부각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내에서는 강성 지지층이 여야 협상은 물론 국회직 선출 방식 변경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민주당에 따르면 ‘당원 주권 시대’를 천명한 정 대표 체제에서 국회 합의가 강성 지지층의 반발로 무력화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번 특검법 여야 합의 과정에서 원내 지도부는 금융감독위 설치 등 정부조직법 통과를 위해 여야 합의를 추진했지만,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정 대표가 수렴해 원내 합의에 제동을 걸었다. 그 과정에서 김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와 소통을 거쳤지만 홀로 책임을 떠안게 됐다. 결국 전날 김 원내대표는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사과문마저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정 대표가 여야 합의를 번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정 대표는 지난 8월 취임 직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 위원 수를 동수로 구성하기로 한 여야 합의안을 멈춰 세웠다. 22대 국회 출범 이후 1년 2개월간 표류하던 특위 구성을 여야가 가까스로 합의하고 본회의 상정을 앞둔 시점에서 ‘여야 동수 구성’에 대한 강성 지지층의 반발이 심화하자 정 대표가 제동을 건 것이다. 이후 윤리특위 구성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다수의 국회의원 징계안 등에 대한 논의는 답보 상태다. 정 대표의 중단 지시로 당시에도 강성 지지층의 화살은 김 원내대표 등 원내 지도부에 쏟아졌다.
민주당 ‘투톱 리더십’이 공개적인 균열을 보이자, 당 안팎에선 당정대 고위급 만찬 회동 등 갈등 봉합을 위한 움직임이 이어졌다.
실제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오찬 회동 이후 출범하기로 한 민생경제협의체도 여야 강대강 대치가 심화하며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한 원내 관계자는 “대통령도 협치를 당부한 마당에 열성 지지층 사이에선 야당과 대화만 해도 ‘수박(비이재명계 지칭하는 멸칭)’이나 ‘배신자’ 소리가 나온다”고 토로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강경 노선을 반복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지지층의 목소리와 중도 민심이 다를 수 있는데, 의원들이 지지층의 눈치만 살피며 가는 것이 맞겠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