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11시쯤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만난 관광객 톰 윌슨(26)과 친구 제이크 브라운(24)은 야식을 찾아 여유롭게 걸어다녔다. 호주에서 왔다는 윌슨은 “한국에 온 지 3일 됐는데, 밤늦게 돌아다녀도 정말 안전하다”며 “호주에서는 이 시간엔 조심해야 하는 지역이 많다”고 말했다.
올해는 대한민국 광복과 함께 태어난 경찰이 80주년을 맞은 해다. 여든 살이 된 한국 경찰이 이룬 치안 성과는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조차 체감할 정도로 안전한 대한민국의 치안 수준은 실제 통계로도 입증됐다. 살인, 강도, 강간, 폭행·상해, 방화 등 5대 강력범죄 중 강간을 제외한 모든 범죄가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다.
◆“살인범죄율 낮은 세계 최고 안전국가”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치안 수준은 더욱 두드러진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유엔범죄동향조사’ 2022년 자료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살인범죄 발생률에서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0.53건으로 일본(0.23건), 스위스(0.48건)에 이어 세 번째로 낮았다. 이는 OECD 평균(3.2건)의 6분의 1 수준이다. 미국과 멕시코는 각각 6.38건, 26.11건이다. 여성 살해 발생률에서도 한국은 인구 10만명당 0.53건으로 OECD 평균(1.15건)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OECD ‘2024 삶의 질(How’s life?)’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야간보행 안전도는 79.5%로 OECD 평균(74.9%)을 웃돌았다. 노르웨이(92%), 슬로베니아(90.6%) 등에는 못 미치지만 칠레(37.1%), 콜롬비아(44.8%) 등에 비하면 압도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마약범죄 급증… 새 치안 도전 과제
마약범죄는 한국 치안이 직면한 새로운 과제다. 기존 강력범죄가 감소하는 추세와 달리 마약류 범죄는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대검찰청 ‘2024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23년 마약류 사범은 사상 처음 2만명을 넘어선 2만7611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1만8395명에서 불과 1년 새 50%나 늘어난 것이다. 최근 마약범죄는 전통적인 대면 거래에서 벗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가상자산을 이용하는 양상이다. 특히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해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활용한 대금 결제가 일반화되면서 수사 당국의 추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SNS와 인터넷에 익숙한 10∼30대 청년층일수록 마약 접근성이 높아졌다. ‘2024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2030세대가 2023년 전체 마약류 사범 중 60.8%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찰청 집계에서도 전체 온라인 마약류 사범 1878명 중 10∼30대 청년층이 61.8%에 달했다. 10대 마약류 사범은 2022년 481명에서 2023년 1477명으로 207.1% 급증했다.
이재명정부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마약범죄 근절을 국정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국민안전을 위한 법질서 확립 및 민생치안 역량 강화’ 과제에서 “마약류 범죄를 근절하고 철저히 범죄수익을 환수하겠다”고 명시했다.
경찰도 마약범죄 척결을 위한 강력 대응에 나섰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올해 3월1일부터 6월 말까지 마약 집중 단속을 벌여 마약류 사범 5109명을 검거하고 이 중 964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수사 전담 인력을 기존 378명에서 942명으로 2.5배 늘리는 등 조직을 대폭 확충했다. 전국 경찰서 형사팀 중 78개 팀을 마약수사 전담 인력으로 재배치하고 시·도청 국제범죄수사팀 27개 팀은 외국인 마약류 범죄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서울·부산·인천·경기남부·경남경찰청에는 ‘가상자산 전담 추적·수사팀’을 신설해 41명을 배치했다.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이 같은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지금이 마약류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골든타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