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릴레이 방미’에 나섰다. 양국은 한국의 관세를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이 35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투자 방식과 이익 배분 등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 정부가 대미 수출 관세 부담을 감수하더라도 최대한 시간을 두고 협상한다는 방침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여 본부장의 방미 성과에 따라 후속 협상의 장기화 여부가 갈릴 전망이다.
여 본부장은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익에 부합하고 합리적인 협상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을 만났던 김 장관이 귀국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릴레이 방미다.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말 관세 합의 이후 구체적 내용에 이견을 보이며 문안 서명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국익에 반하는 불합리한 안에 서명할 수 없다며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25% 상호관세를 당분간 감수하는 방안도 대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국익 수호라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관세협상이 장기화할 경우 국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장기(화)와 국익 훼손에 대한 부분은 어떤 근거로 말씀하시는지 잘은 이해가 안 된다”며 “협상 기간과 국익이 꼭 연결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협상 장기화 여부는 구원 투수로 투입된 여 본부장의 방미 성과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통화에서 “김 장관이 러트닉 상무장관과 만나 서로의 입장을 다시금 확인했고, 이를 토대로 전문가인 여 본부장이 협상 여지가 있다는 것을 포착해 실질적인 협상을 하러 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여 본부장의 방미는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전해졌다. 당초 여 본부장은 16∼17일 국내에 공식 일정이 있었고, 지난주까지만 해도 미국 방문은 고려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의 방미 이후 협상 여지를 보고 급하게 결정했을 가능성과 함께 교착 상태가 이어지자 최고 전문가로서 발걸음을 옮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허 교수는 “일각에선 관세 협상 후속 협의가 장기회된다고 우려하지만 어느 순간 돌파구를 찾을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일본과는 다르게 우리 기업이 최소한 숨을 쉴 수 있는 재량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느라 길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