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송이농사는 지난해 절반 수확량도 안 될 것 같아 생계 걱정에 억장이 무너집니다.”
14일 경북 영덕군 영덕읍 지품면 국사봉 일대. 국사봉 일대는 국내 최대 송이 산지인 영덕군에서도 ‘청정 송이’ 60%가 나는 곳이다. 하지만 올 3월 말 경북 의성에서 시작돼 영덕까지 덮친 화마는 국사봉 일대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산불의 영향으로 송이가 자라나는 소나무 대부분이 불에 탄 것도 심각한 문제이지만 올해는 유례없는 100년 만에 불어닥친 폭염으로 송이 작황의 심각한 불황이 예상되면서 농민들의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국사봉에서 3대째 송이농사를 짓고 있는 이상범(55) 영덕송이생산자협의회장은 “3년 전 산불은 비껴갔고, 요즘 유행하는 소나무재선충병도 견뎌냈다”며 “하지만 올해 산불로 짓고 있던 송이산 34㏊(약 10만평) 대부분이 큰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송이생산 전업농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하면 답답할 따름”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농민단체 ‘325영덕산불임업인대책위원회’는 최근 국회 등에 ‘2025 대형산불 피해 임업인 산주를 위한 입법 제안서’를 제출했다. 제안서에는 산불 등 대형 재난 발생 시 송이 생산농가 또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대책위 관계자는 “다른 임산물은 자연재해 피해 품목으로 등록돼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송이와 고로쇠는 제외돼 있다”고 전했다.
또 송이 대체작물 조성사업과 함께 송이피해 농가에 대한 기부금을 지원하는 등 지역 효자상품인 송이를 살리기 위해 행정력을 쏟고 있다.
산림조합중앙회의 지난해 전국산림조합별 송이버섯 공급실적(공판 기준)을 살펴보면 지난해 송이 공판실적은 영덕군이 1만5931㎏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강원 삼척시(1만3385㎏), 3위는 경북 포항시(7478㎏), 4위는 강원 양양군(5729㎏), 5위는 강원 강릉시(4420㎏)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