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정부가 은행의 독과점 구조와 이자장사를 비판하면서 추진한 제4인터넷전문은행 사업이 결국 좌초됐다. 예비인가를 신청했던 컨소시엄 모두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추가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대해선 금용소외계층에 대한 금융권 자금공급 상황을 고려하겠다고 밝혀 신규 인가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금융위는 17일 정례회의를 통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한 4개 컨소시엄(소소뱅크·소호은행·포도뱅크·AMZ뱅크)이 모두 탈락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외부평가위원회의 의견과 금융감독원이 판단한 예비인가 불허 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컨소시엄 중 4개 시중 은행에 카드·보험·증권·저축은행, LG CNS 등이 참가한 소호은행 컨소시엄의 통과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소호은행마저 “대주주 자본력과 영업지속 가능성 및 안정성이 다소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상공인 특화은행 설립을 강조한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에 소상공인연합회를 주축으로 한 소소뱅크도 막판 주목받았지만 “자본력과 추가 자본출자 가능성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탈락했다.
특히 정부가 서민·소상공인 등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전문은행 신설을 구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위주의 인터넷 전문은행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소비자들은 지점이 없고 비대면으로 운영되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적은 운영 비용을 바탕으로 대출금리를 낮게 제공하는 것으로 인식하지만,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각종 대출에서 시중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책정하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인터넷전문은행(케이뱅크·카카오뱅크·토스뱅크)의 신용대출 금리는 5.6∼6.71%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4.81∼5.13%)보다 높았다.
일각에선 전 정부 사업에 대한 부담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를 의식한듯 금융위는 “이번 예비인가 심사 결과를 새정부 출범과 연관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공정하고 깊이 있는 심사를 위해 외부평가위원들의 휴대전화를 회수하고 합숙방식으로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서민·소상공인 등 금융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전문은행 신설을 공약으로 내건 만큼 추가적인 은행 설립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향후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는 금융시장 경쟁상황, 금융소외계층에 대한 금융권의 자금공급 상황 및 은행업을 영위하기 적합한 사업자의 진입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