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통과해 가을로 가는 이즈음이면 곳곳에서 문화 행사가 많이 열린다. 그래서 가고 싶은 곳도 생기고 잠깐이나마 마음에 여유가 스미기도 한다. 어릴 때 나는 독서는커녕 문화 예술을 경험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 제일 해보고 싶었던 것이 피아노를 치는 것이었는데, 엔지니어인 아빠가 좋아하는 배호의 노래를 내가 피아노로 연주하고 아빠가 노래를 부르는 걸 보고 싶었다. 결국은 피아노를 배우지 못하고 그 대신 비용이 들지 않는 육상이나 구기 종목 같은 걸 했는데 그러면서도 예술에 대한 동경을 늘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 예술과의 만남이 한 사람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가를 잘 보여주는 영화가 있는데 2001년작 ‘빌리 엘리어트’이다. 영국 북부의 탄광촌에 사는 빌리가 발레와 만나고 발레를 하게 되는 과정은 여러 번 봐도 감동적이다. 이 영화에서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윌킨스 부인으로 나온 빌리의 발레 선생님이다. 평범한 동네 소년을 저 멀리 다른 예술의 세계로 데려가는 그 안목과 신념이 볼 때마다 존경스럽다. 나도 어릴 때 더 빨리 윌킨스 부인 같은 사람을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강영숙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