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이 운영 중인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이 이르면 내년 2월쯤이면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는 외래·유기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국내 유일 시설이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이후 동물 반입이 잇따르면서 불과 2년여 만에 수용 한계에 도달하는 셈이다.
21일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실이 국립생태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시설에서 보호 중인 동물은 총 37마리(라쿤 35마리·미어캣 1마리·여우 1마리)다.
라쿤의 경우 생태계 위해우려종으로 지정돼 격리 보호가 반드시 필요한 종이다.
현재 시설은 사육 공간이 총 11곳으로 운영 중이다. 이 중 포유류 사육 공간이 6곳, 조류 4곳, 양서·파충류 1곳이다.
라쿤의 경우 안전 관리 차원에서 공간당 최대 8마리만 수용할 수 있다. 포유류 사육 공간을 모두 활용할 경우 최대 48마리가 한계란 뜻이다.
라쿤 개체 수 증가세를 따져보면 지난해 4월 이후 올 8월까지 17개월간 모두 39마리가 반입됐고 이 중 2마리가 폐사, 다른 2마리는 동물원으로 이관됐다. 한 달에 약 2마리씩 늘어난 셈이다.
이런 추세대로면 내년 2월이면 라쿤 수만 49마리가 될 것으로 예상돼 시설 수용 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앞으로 유기·방치 야생동물이 더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단 것이다.
2023년 동물원법 개정으로 동물원·수족관 설립 절차가 기존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강화됐다. 동물서식환경, 수의사 등 전문인력, 질병·안전관리계획, 휴·페원 시 동물관리계획 등 조건을 충족해야 허가가 나온다. 정부는 기존 동물원, 야생동물 전시업체를 위해 법 적용에 5년 유예기간을 뒀다.
2028년 이후 허가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소규모 동물원·동물카페는 상당수 폐업할 가능성이 높다. 2021년 환경부 ‘소규모 야생동물 전시시설 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동물원 외 전시업체(카페형·체험동물원·체험농장·부대시설)는 총 240곳으로, 보유 야생동물은 262종 5043마리에 달했다.
생태원이 운영 중인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을 빠른 시일 내 확대하는 등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김주영 의원은 “생태원의 유기·방치 야생동물 보호시설은 개원 초기 소형동물 위주 유입을 예상하고 설계됐지만, 실제로 라쿤과 여우 등 중대형 포유류 반입이 급증해 포화가 앞당겨지고 있다”며 “생태계 안전과 동물복지를 위해 보호시설 포화에 따른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