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고용, 해킹 노트북은 中 반출”…‘KT 소액결제’ 치밀한 범행 [오상도의 경기유랑]

해킹 프로그램 설치된 노트북·휴대전화 등 中 밀반출
보따리상 개입…평택항 인근 펨토셀만 가까스로 확보
中으로 넘어간 핵심증거…‘中 상선’ 지시대로 움직여
430만·1000만 수고비 책정…경찰, ‘中 윗선’ 추적 중
수익금도 이미 중국으로…상품권 현금화, 계좌 송금
“해외에서 만든 펨토셀 국내로…ID 여러 개 만들어”

‘KT 무단 소액결제 사건’을 저지른 중국인들이 25일 검찰에 송치되는 가운데 다양한 의문들이 꼬리를 문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구속된 중국동포들이 중국에 ‘윗선(상선)’이 있다고 진술하면서 수사는 상선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하는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중국에 있는 윗선을 추적 중이다.

 

KT. 뉴시스

아울러 경찰이 파악한 2억원대 범죄 수익금 가운데 1억9000만원 상당은 이미 중국으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뒤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으로 반출되던 불법 초소형 기지국(펨토셀) 장비를 지난 16일 평택항 인근에서 가까스로 압수했지만, 유력 증거물인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중국의 상선에게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미궁에 빠진 펨토셀 장비의 작동원리를 파악하는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KT 소액결제’ 사건 피의자가 범행에 사용됐던 소형 기지국 장비의 설치를 시연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 ‘부정 결제’ 상품권, 현금화 이후 中 계좌 송금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과는 이날 백브리핑에서 압수한 펨토셀이 KT가 수거하지 않은 분실·잔류 장비가 아닌 중국에서 자체 제작해 들여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KT가 소액결제 피해와 관련해 발견한 불법 초소형 기지국 ID 4개 모두 구속된 중국동포 A(48)씨가 속한 일당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까지 접수한 피해자 전화번호와 KT가 발표한 ID의 셀값이 일치하는 게 증거”라며 “일당이 여러 대의 펨토셀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장비 1대로 ID를 여러 개 만들어 범행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구재형 KT 네트워크부문 네트워크기술본부장이 1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에서 열린 KT 소액결제 피해 관련 대응 현황 발표 기자회견에서 허리를 숙여 사과하고 있다. 연합뉴스

KT는 지금까지 2만여명이 불법 초소형 기지국 신호를 수신한 것으로 파악했다. 해당 기지국 ID를 통해 국제이동가입자식별정보(IMSI)와 국제단말기식별번호(IMEI),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된 정황도 드러났다. 경찰은 “IMSI 등의 정보가 유출된 정황과 관련해선 아직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수사당국은 지난 1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A씨를 검거한 뒤 평택항 인근에서 중국으로 반출되려던 해당 펨토셀을 확보했다. 이 펨토셀은 라면 상자 크기의 2개의 박스에 들어있었으며, 네트워크 장비 등 27개의 개별 부품으로 구성됐다.

 

경찰은 범행 수법과 경위 등을 밝힐 유력 증거물인 노트북과 휴대전화는 찾지 못했다. 노트북에는 불법 해킹을 작동시키기 위한 핵심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전화에는 공범과 피의자 사이의 통화 기록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펨토셀 등이 평택항으로 이동하기 전 노트북과 휴대전화만 공범이 고용한 별도의 보따리상을 통해 중국으로 넘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KT 소액결제 사건 피의자인 중국동포 A씨(왼쪽)와 B씨가 18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 수원영통경찰서를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 “10분이면 조립”…민관조사단 검증 예정

 

경찰은 통신에 쓰이는 각종 설비와 안테나 등으로 이뤄진 펨토셀이 어떻게 작동하고 활용되는지에 대해선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야 추가 수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한 민관합동조사는 검증 영장 발부를 거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민간위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질 예정이다.

 

민관합동조사단은 부품 중 일부를 결합해 펨토셀을 재구동해야 하는데, A씨가 압수된 펨토셀을 조립해 차량에 설치하는 시연에는 10분 이상 소요됐다. A씨는 “작동 방식이나 원리에 대해선 잘 모른다”며 “윗선의 지시를 받고 차에 싣고 다녔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그는 중국에 있는 상선으로부터 430만원을 받는 대가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소액결제된 모바일 상품권과 교통카드의 현금화를 맡은 중국동포 B씨(44)씨는 1억9000여만원 상당을 중국으로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피해액 가운데 자신의 몫인 1000여만원을 제외한 돈을 중국의 상선에게 보낸 것이다. B씨는 텔레그램 광고를 보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여러 차례 교환을 거쳐 지류 백화점 상품권을 손에 넣은 뒤 마지막에 현금으로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을 중국으로 송금하는 데 공모한 중국 국적의 60대 환전소 업주도 입건한 상태다.

 

KT 소액결제 사건 피의자인 중국동포 A씨가 16일 인천공항을 통해 재입국한 직후 검거되고 있다. 경기남부경찰청 제공
 

◆ 경찰, ‘KT 소액결제 사건’ 피의자 2명 檢 송치

 

경찰은 A씨와 B씨를 25일 수원지검 안산지청에 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두 사람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이들은 한국에서 합법 체류자 신분으로 일용직 근로 등에 종사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어에 능통한 A씨와 달리 B씨는 한국어를 거의 구사하지 못한다.

 

A씨에게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침해) 및 컴퓨터 등 사용 사기 혐의가, B씨에겐 컴퓨터 등 사용 사기 및 범죄수익 은닉규제법 위반 혐의가 각각 적용된다.

 

A씨는 지난달 5일부터 지난 5일까지 주로 새벽 시간대에 자신의 차량에 펨토셀을 싣고 경기 광명과 서울 금천 지역 등 수도권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닌 혐의를 받는다. 그는 “사람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로 가라”, “신호가 잘 잡히는 새벽 시간대에 돌아다니라”는 윗선의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접수한 피해 규모는 지난 22일 기준 214명에 1억3650여만원이다. KT가 자체 집계한 피해자 수는 362명이며, 피해금은 2억4000여만원으로 집계돼 앞으로 피해 규모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