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경제에서는 금리가, 개방경제에서는 환율이 중요하다. 환율이 오르면 수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수입물가가 올라 비용상승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환차손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이 증가한다. 이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높거나 자본 유출 우려가 큰 나라에서는 급격한 환율 상승을 경계한다. 최근 달러당 원화 환율이 1410원선을 넘으면서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 금리인하로 다른 나라 환율은 낮아지는 추세인데 한국만 환율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미 외국인 주식매도가 늘어나면서 종합주가지수(KOSPI)는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있다. 환율 안정을 위한 정책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먼저 환율이 오르는 배경을 보면, 미국과의 통상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요구하는 3500억달러 직접투자의 규모와 방식에 대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미국과의 통상협상이 결렬되거나 장기화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급감하고 자본 유출도 더욱 늘어나면서 환율이 급속히 높아질 것이 우려된다. 또 다른 배경은 내국인의 미국 주식투자 증대로 미국 달러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미국경제는 호황을 보이고 반면 한국과 중국경제가 저성장으로 침체되면서 국내에서 미국 주식투자가 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달러 공급은 증가하고 있지만 외환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더 늘어나면서 환율이 오르고 있다.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통상협상을 조기에 타결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면서 성장해 왔다. 그러나 미국의 대중국 규제가 강화되면서 무역구조는 크게 변하고 있다. 부품과 중간재를 중국에 수출해 완성품으로 조립해 미국에 수출하던 구조는 미국에서 완성품을 직접 조립하는 형태로 변경되면서 대중 수출은 감소한 반면 대미 수출이 크게 늘고 있다. 200억달러대에 있던 대미 무역흑자는 지난해 556억달러로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관세정책으로 대미 수출이 감소할 경우 한국경제는 위기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무역수지 악화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본 유출과 환투기 공격으로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책당국은 유연한 협상력으로 통상협상을 타결해 한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어 환율을 안정시켜야 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