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리건주 최대도시 포틀랜드에 군 병력을 투입하고, 필요시 무력 사용까지 허가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시설을 테러행위에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명분을 내세웠지만 로스앤젤레스(LA), 워싱턴 등에 이은 진보 도시에 대한 또 다른 탄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의 요청에 따라 전쟁으로 황폐화된 포틀랜드를 지키기 위해 군 병력을 제공하도록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국방부) 장관에게 지시했다”며 “(다른) 우리의 ICE 시설에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는 “ICE 시설이 안티파(좌파 단체), 그리고 다른 국내 테러리스트들의 공격으로 포위된 상태”라며 “필요하다면 전면적인 무력 사용(Full Force)을 승인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텍사스주 댈러스의 ICE 구금시설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ICE 시설에 대한 보안 조치를 강화 중이다. 이날 팸 본디 법무부 장관이 일리노이주 시카고 인근의 ICE 시설 주변에서 시위대와 연방 요원이 충돌한 사건을 거론하며 “법무부 요원들을 ICE 시설, 그리고 ICE가 포위당하는 모든 곳에 배치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미국 내에선 약 200여개가 넘는 ICE 시설이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ICE 시설이 위치한 다수 지역 중 유독 포틀랜드에 트럼프 대통령이 군 병력 투입을 직접 지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내에서 자국민을 대상으로 군사력을 활용하는 이례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포틀랜드 남서부 ICE 건물 밖에서 수개월간 야영해 왔지만 인원은 20명을 넘지 않는다”면서 “시위대와 연방 법 집행 기관 사이에 간헐적인 소규모 충돌도 발생했지만 역시 도심 외곽 지역 몇 블록에 국한됐다”고 보도했다.
이번 군 투입 결정은 트럼프가 최근 밀어붙이고 있는 ‘좌파와의 전쟁’과 불법 이민 단속의 기세를 한층 더 높이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확산한 LA에 군 병력 투입을 지시했고, 지난달에는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수도 워싱턴에 군을 배치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뉴올리언스에 군 병력 투입을 승인했고, 볼티모어와 시카고 등에도 군대를 보낼 것이라고 밝혀왔다. 이들 지역은 모두 미국 진보운동의 거점이자 민주당이 정치적으로 절대 우세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