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재배치에 40억 쓰고도 대전 국정자원 화재 못 막았다

2024년 49억원 예산 편성해 지출
사업 못 끝내 올해도 42억 편성

화재 배터리 교체 권고 받고도
2024년에 안 바꿔… 부실 해명 논란

무정전 전원 장치(UPS)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로 초유의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를 부른 행정안전부 소속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이 지난해 대전 본원 배터리 재배치에 40억7600만원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수십억 원의 국민 혈세를 쓰고도 화재를 막지 못한 셈이다. 국정자원의 오락가락하는 ‘부실 해명’도 논란이 됐다.

27일 밤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현장에서 소화수조에 담긴 불에 탄 리튬이온 배터리에 소방대원이 물을 뿌리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4년 예산·결산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는 국정자원 대전 본원의 배터리 재배치 사업에 예산 49억3500만원을 편성했다. 구체적으로는 배터리 재배치에 45억400만원, 배터리실 조성에 2억9800만원, 가스 소화 시설 및 약제 설치에 1억2100만원 등이다. 이 중 40억7600만원이 집행됐다. 배터리 재배치란 이번 화재로 이어진 지하 이관 작업과 동일하다.

 

배터리 재배치 예산은 올해도 편성됐다. 올해 정부 예산안을 보면 액수는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42억1600만원이다. 배터리 이전 설치에 38억1000만원, 가스 소화 시설 설치에 2억5000만원 등이 배정됐다. 지난해 사업을 완료하지 못해 올해 예산에도 편성된 것이다.

 

국정자원의 부실 해명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국정자원은 전소된 전산실 96개 시스템 명단을 화재 발생 사흘 만인 이날 공개했다. 또 발화점으로 추정되는 배터리의 사용 연한(10년)이 1년 지나 정기 점검 당시 교체를 권고받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는데, 전날엔 행안부를 통해 “교체를 권고받은 바 없다”고 했다가 이날 “지난해와 올해 점검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점검에선 교체 권고를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이재용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정부 서비스 장애 관련 브리핑''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브리핑에서 “배터리 내구연한(원래 상태대로 쓸 수 있는 기간)이 남아 있어 1∼2년 정도는 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모든 배터리 제품은 권장 (사용) 기간을 지켜 사용하겠다”고 말했다. 96개 시스템 목록 공개가 늦어진 데 대해선 “업무 관리 시스템에서 정보를 관리하는데 5층 전산실 서버에서 시스템 문제가 생겨 열리지 않아 직원들이 갖고 있던 자료를 토대로 만드느라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