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에 올라가는 갈비찜, 토란국, 오색 송편, 식혜처럼, 올해 추석 극장가는 그 어느 해보다 다채롭다. 한국과 미국, 이란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들의 야심작부터 전통적 조폭 코미디, 무해한 애니메이션까지 장르와 결이 각기 다른 작품들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연휴가 유난히 긴 만큼, 연휴 후반부 개봉하는 작품들도 주목할 만하다.
◆각양각색 웃음의 향연
추석 극장가답게 코미디 장르 영화들이 대거 포진했지만, 그 면면은 확연히 다르다.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는 25년간 일한 회사에서 해고당한 주인공이 재취업을 하기 위해 잠재적 경쟁자들을 살해한다는 설정 자체가 쓴웃음을 자아내는 블랙 코미디다. 박 감독의 이전 작품들이 유머를 은근히 녹여냈다면, 이번 영화는 노골적으로 웃음을 유도하며 슬랩스틱 장면도 풍부하다. 자신이 누리던 윤택한 삶을 지키기 위해 발버둥 치다 도덕적 파산에 이르는 주인공 ‘만수’(이병헌)는 과연 한심한가, 측은한가, 아니면 우리와 닮았는가. 관객마다 다른 의견을 가질 것이며, 영화관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야기꽃이 피어날 것이다.
◆온 가족 따뜻한 힐링
어린 관객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청정하고 무해한 12세 관람가 영화들도 준비되어 있다. 국산 애니메이션 영화 ‘연의 편지’(1일 개봉)는 교실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의문의 편지를 계기로, 전학생 ‘소리’가 편지 속 단서를 따라 다음 편지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감성적인 이야기를 담았다. 악뮤 이수현이 ‘소리’ 역으로 목소리 연기를 맡았으며, 주제가를 불러 청아한 목소리로 극의 감성을 한층 끌어올린다.
같은 날 개봉하는 뮤지컬 영화 ‘어쩌면 해피엔딩’은 미국 토니상 6관왕에 빛나는 동명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대학로 무대에서 호흡을 맞췄던 배우 신주협과 강혜인이 각각 헬퍼봇 ‘올리버’와 호기심 가득한 ‘클레어’ 역을 맡았다. 두 로봇이 우연히 여행을 떠나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게 되는 이야기를 따뜻한 앙상블로 전한다.
◆연휴 끝자락, 극장으로 도피
긴 추석 연휴의 끝자락, 직장과 학교로 복귀를 앞두고 우울하다면 극장 나들이로 기분 전환을 하는 건 어떨까. 8일 개봉하는 ‘트론: 아레스’는 가상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온 고도 지능 인공지능(AI) 병기 ‘아레스’로 인해 촉발된 통제 불가의 위기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한국계 배우 그레타 리는 극 중 최고의 프로그래머 ‘이브 킴’ 역으로 출연해 강렬한 존재감을 선보인다.
애니메이션 영화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7일 개봉)는 1980년대 인기 TV 애니메이션 ‘달려라 하니’ IP를 기반으로 제작된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기존 시리즈와 달리, 하니가 아닌 라이벌 나애리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눈길을 끈다. 원작의 3년 후를 배경으로, 전국을 제패한 육상 스타 나애리와 달리기 천재 소녀 하니가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 펼치는 경쟁과 성장을 그린 스포츠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