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장성 소집’ 트럼프·헤그세스, “‘전사 정신’으로 강력한 군 만들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세계 각국에서 복무 중인 미군 지휘관 800여명을 소집해 전투력 강화를 주문했다. 미국 내 불법 이민자 단속과 핵 능력을 강조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도 나왔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내각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30일(현지시간) 로이터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버지니아주 콴티코 해병 기지에서 열린 전군 지휘관 회의 연단에 올라 1시간 가량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몇 년간 군대를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게 만들 것이고, 내가 재건한 우리의 핵을 업그레이드할 것”이라며 “그 힘은 너무 강력하기 때문에 우리는 결코 이를 사용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핵 위협에 대응해 지난 8월 핵잠수함을 러시아 인근에 배치하겠다고 경고한 것을 거론하면서는 “잠수함 분야에서 러시아와 중국보다 25년 앞서 있다”고 핵 역량을 과시했다. 

 

연단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군대를 격려하고 미군의 성과를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함께 ‘전사 정신’을 되살리고 있다”며 “이 정신이 나라를 세우고 지켜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7개의 전쟁을 끝냈다”며 하마스가 가자지구 협상안을 수용하면 8번째 전쟁도 끝낼 것이라고도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면서 “푸틴과 젤렌스키를 만나게 해 일을 끝내야 한다”면서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힘을 통해서”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 대신 ‘전쟁부’라고 군의 명칭을 바꿀 것을 지시했다.

 

이날 소집 회의에 참석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미군이 사회적 이슈가 아니라 전투적 강화에만 집중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회의 연설에서 “국방부의 시대는 끝났다. 지금부터 전쟁부의 유일한 임무는 전쟁 수행·준비, 승리를 위한 준비뿐”이라고 발언했다. 지난 정부의 ‘정치적 올바름’을 비판하면서는 “너무 많은 군 리더를 잘못된 이유로 진급시켰다”며 최근 장성 계급 장교들의 해임을 옹호했다. 흑인 출신, 여성 해군 등이 포함돼 있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인종이나 성별 할당, 이른바 ‘최초’를 위한 진급”이라고 말하며 “우리는 워크(Woke)부가 됐지만 더는 아니다”라고 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워크는 인종·성차별 등 사회적 가치에 대한 각성을 의미하는 말로 과도한 정치적 올바름을 비꼬는 표현으로도 쓰인다.

 

병력에 대한 체력과 전투 기준 강화를 지시하면서는 “뚱뚱한 장군과 제독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더는 수염을 기른 장병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체력 검사 기준은 남성을 기준으로 통일돼 성별과 무관하며, 높아야 한다”며 이 계획을 지지하지 않는다면 사임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연단에 오르자 청중이었던 군인들의 반응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굳은 채로 발언을 기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뒤이어 무대에 오른 트럼프 대통령은 “이렇게 조용한 방에 들어온 건 처음”이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