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북한과 “전제조건 없이”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1일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면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한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지만 양측이 대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만남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에서 두 정상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이재명 대통령의 참여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가 된다.
백악관 관계자는 30일(현지시간) 핵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을 묻는 한국 언론의 질의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어떤 전제조건 없이 대화하는 것에 여전히 열려 있다”고 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동안 김정은과 3차례 역사적 정상회담을 가졌다”고 밝혔다. 두 정상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만난 바 있다. 마지막 판문점 만남에서는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함께해 3자 회동이 됐다.
백악관의 이날 입장 표명에서 주목되는 건 ‘전제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밝혔다는 점이다. 이는 김 위원장이 앞선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좋은 추억”을 언급하며 비핵화 포기를 전제로 한 대화 의지에 화답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미국의 대북 정책은 변함이 없다”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비핵화를 명시하지 않아 일단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오려는 메시지로 읽힌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는 북한과 대화할 수 있는 건을 만들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읽힌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가 있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김 위원장에게 공을 넘긴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