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지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친구들과 어릴 때 보낸 추석 얘기를 했다. 친구 중 직장이 있던 애들은 대부분 이른 정년을 맞이했거나 정년을 준비하고 있다. 또 어떤 친구는 도시를 떠나 아예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살고, 어떤 친구는 평생 해본 적 없지만 바닷가에서 어부로 살고 있다. 우리는 각자 받고 싶은 추석 선물을 하나씩 말해보자고 했다. 우리끼리 언젠가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오디오, 똑딱이 카메라, 자동차, 혼자만의 여행, 비싼 술, 비싼 악기, 비싼 캠핑 용구, 요트 등 나온 얘기는 많았다. 그러나 뭘 받아도 어릴 때만큼 감동적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들 했다.
떠올려보면 어릴 때는 명절에만 옷 선물을 받았다. 옷 선물은 흔하게 받을 수 있는 게 아니어서 명절 전부터 기대가 컸다. 추석날 아침에 머리맡에 새 옷이 놓여 있으면 일어나자마자 입어보고 또 입어보고, 방안을 몇 바퀴씩 돌면서 즐거워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옷이 너무 흔해져서 명절이 아니어도 살 수 있는 물건이 되었지만 말이다. 책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는 책이 흔하지 않았기에 책은 정말 소중한 선물이었다. 요즘 어린이들은 책을 받으면 어떻게 반응하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책을 꼭 끌어안고 그 자리에서 껑충껑충 뛰었다.
강영숙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