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만원짜리 제품 여기선 3000원”…싸고 좋은데 안 갈 수가 있나요?

다이소發 ‘초저가 혁명’…유통업계 판을 흔들다

초저가 균일가 생활용품점 다이소가 ‘가성비 돌풍’을 일으키며 국내 유통 지형을 바꾸고 있다.

 

다이소는 단순 잡화점이 아닌 ‘초저가 혁명’을 주도하는 유통 트렌드 리더다. 아성다이소 제공

1000~5000원대의 균일가 전략을 바탕으로 고가 글로벌 뷰티 브랜드부터 생활가전, 제사용품까지 품목을 확장하면서 ‘잡화점’이 아닌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고급 브랜드도 다이소 입점…“싼 게 기술력”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다이소는 글로벌 헤어케어 브랜드 ‘실크테라피’ 제품을 매장에 입점시켜 업계를 놀라게 했다.

 

기존 3만~5만원대에 판매되던 고급 에센스와 트리트먼트를 5000원 이하 가격으로 내놓은 것이다.

 

온라인몰에서 △실크케라틴 노워시 트리트먼트(60㎖) 5000원 △실크케라틴 앰플에센스(25㎖) 3000원 △히트인핸서 트리트먼트(100㎖) 5000원 등 총 5종이 출시되자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온라인에는 “이 가격이면 쟁여둔다” “다이소 이제 못 파는 게 없다”는 후기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싼 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이 무너지고, 싼 게 기술력이라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며 “고급 브랜드 입장에서도 다이소를 통한 ‘가성비 이미지 공유’가 새로운 유통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추석을 앞두고는 ‘휴대용 제기세트’가 효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접으면 가방처럼 들고 다닐 수 있고, 펼치면 간소화된 제사상으로 활용 가능한 이 제품은 5000원에 판매된다. 온라인에서 소형 제기세트가 2만~4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 가격이다.

 

해마다 일시 품절 사태가 반복될 만큼 인기가 높다. 한 소비자는 “산소 갈 때 종이접시·종이컵 대신 제대로 된 제기세트를 마련했다”며 “구성과 품질이 5000원 이상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생활가전까지 ‘초저가’ 도전…온라인 확장도 ‘가성비’ 전략 성공

 

다이소는 생활가전에도 본격 진출했다. 지난 8월 무선 핸디 청소기, 접이식 드라이기, 고데기, 전동 제모기 등 소형 가전 4종을 5000원에 출시했다. 시중가(1만~3만원대)의 절반 이하 가격이다.

 

“싼 전자제품은 불안하다”는 고정관념에도 불구하고, 입문용 가전이나 보조용 가전으로 활용하려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오프라인에 강점을 가진 다이소는 온라인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와이즈앱·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7월 다이소몰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424만명으로, 전년 대비 57% 급증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다이소 매출은 3조 9689억원, 영업이익은 3711억원으로 영업이익률 9%를 달성했다.

 

유통업계에서는 “MAU 급증은 오프라인 강자의 온라인 전환이 성공적이었다는 방증”이라며 “저가 제품의 온라인 정착은 기존 이커머스 업체에도 위협”이라고 평가한다.

 

◆대형 유통업계 긴장… PB·가전으로 ‘맞불’

 

다이소의 질주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계에도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트들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추진 중이며, 일부 편의점은 소형 가전과 뷰티 가전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 ‘싼 게 신제품’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면서 가격 기준이 재편되고 있다”며 “다이소가 생활 전반의 가격 지형을 흔드는 변수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다이소는 이제 ‘저가형 라이프스타일 큐레이터’”

 

전문가들은 다이소를 단순한 잡화점이 아닌 ‘초저가 혁명’을 주도하는 유통 트렌드 리더로 본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고정가 정책과 제품력 향상이 맞물리며 소비자 충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다이소는 대형 유통사들이 경쟁 상대로 삼아야 할 ‘가성비 플랫폼’으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명절 제기세트처럼 생활 밀착형 수요를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기획력이 성공의 원동력”이라며 “생활가전 가격 진입 장벽을 허문 것은 시장 구도의 전환점이다. 소형 가전에서도 가격 혁신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가=저품질’이라는 공식을 깨뜨리며,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다이소의 온라인 확장은 단순한 트래픽 상승이 아닌 ‘저가 제품의 온라인 정착’이라는 시장 진화를 의미한다”고 전했다.

 

다이소는 이제 ‘저가=저품질’이라는 공식을 깨뜨리며, 새로운 소비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에게는 합리적 대안을, 경쟁사에게는 긴장과 변화를 요구하는 ‘가성비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