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의 거짓말/ 문관식/ 헤르몬하우스/ 1만7000원
“이렇게 해도 어차피 다 재활용 안 된다던데.” 언젠가 아파트 분리수거장에서 한참 페트병, 캔 등을 골라내고 있을 때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가 들고 있던 박스 안에서 아내로 보이는 여성이 유리병을 꺼내 마대자루에 집어넣고 있었다. 별다른 대꾸 없이 쓰레기를 뒤적거리기만 하는 걸 보니 남자의 말을 그저 밤늦게 끌려 나온 데 대한 넋두리 정도로 여기는 듯했다.
우리나라는 분리배출에서 모범 국가로 꼽힌다. 그 반발인지 최근 ‘분리배출 무용론’도 일상에 광범하게 퍼진 모습이다. 한밤 분리수거장에서 새어 나온 남자의 말도 비록 진지하진 않더라도 그 무용론의 일단이었을 것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보좌관으로 재직하며 환경 분야 정책 설계와 법률 개정에 참여해 온 저자는 분리배출 무용론의 ‘거름’이 된 우리네 자원순환의 실태를 들여다본다. 온 국민이 분리배출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도 재활용되지 않고 태워지는 현실을 짚는데, 특히 자원순환의 비효율을 초래하고 있는 법과 제도 내 모순을 드러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