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슈퍼사이클(장기호황)’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데 이어 최근 챗GPT 개발사인 오픈AI가 잇따라 대형 계약 체결 소식을 전하면서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삼성과 SK도 대형 호재를 맞이했다. 특히 오픈AI가 AI가속기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지는 AMD와 대규모 공급 계약을 맺으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만큼, 기존 AI가속기 시장을 지배해온 ‘엔비디아·SK하이닉스’ 연합 공식도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9일 반도체 업계에선 다가올 메모리 슈퍼사이클로 역사상 유례없는 고수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엿보인다. 엔비디아 중심이었던 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AI 서비스 업체 등 글로벌 빅테크(거대기술기업) 전체로 확산 중이라서다.
오픈AI가 최근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일 한국을 찾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각각 만나 메모리 공급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삼성과 SK는 AI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 D램을 공급한다. 오픈AI로선 AI 서비스를 원활하게 구동할 AI가속기가 필요한데, 엔비디아 등 AI가속기 업체를 건너뛰고 삼성·SK와 HBM 직거래에 나선 셈이다.
주목할 점은 AMD의 HBM 주력 공급 파트너사가 삼성전자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AMD의 주력 AI가속기인 ‘MI350’에 HBM3E(5세대 HBM) 12단 제품을 공급 중이다. 이에 따라 AMD가 오픈AI에 공급하게 될 차세대 AI가속기 ‘MI450’에 탑재될 HBM4(6세대 HBM) 납품 경쟁에서도 삼성전자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AMD MI450의 HBM4는 주로 삼성전자가 공급할 것”이라고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AI 서비스 공급업체가 AMD의 손을 잡으면서 세계 AI가속기 시장 80% 이상을 장악한 엔비디아의 지위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적으로 HBM을 공급해오면서 구축된 ‘엔비디아·SK하이닉스’ 연합에 ‘AMD·삼성전자’ 연합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미는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의 행보로 엔비디아의 독점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한 경쟁 시대의 막이 올랐다”며 “특히 AI 메모리 공급을 둘러싼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기술·가격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