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 난방비 걱정을 덜어주는 아파트가 있다. 난방기를 오래 틀지 않아도 보온병처럼 따뜻함이 유지되는 곳, 바로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고덕온빛채아파트다. 서울주택공사(SH)가 발주해 올해 3월 준공한 이 단지는 가스처럼 소모성이 큰 연료 대신 땅속에 저장된 열, 즉 지열을 끌어올려 냉·난방에 활용한다. 덕분에 입주민이 내는 전기·냉난방비(전용 39㎡ 기준)는 한 달 평균 4만3000원으로 일반 아파트(6만5000원)보다 34% 낮다.
서울지역에 재생열을 활용하는 건물이 점점 늘고 있다. 연료비 부담은 적고 온실가스 배출도 낮아 친환경·경제성을 동시에 갖출 수 있어서다. 서울시는 지열뿐 아니라 상수도를 냉·난방 열원으로 활용하는 수열, 하수 방류수를 활용하는 하수열에도 주목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보급용량을 3GW까지 늘릴 계획이다.
◆서울시청사 등 707곳서 지열 활용
◆친환경·고효율로 주목 받는 재생열
수열은 상수도 원수를 끌어올려 열교환기와 히트펌프로 거쳐 건물에 냉·난방을 공급한다. 냉각탑이 필요 없고 에너지도 20∼40% 절감 효과가 있다. 다만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고 보급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수열 설비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롯데월드타워가 꼽힌다.
하수열은 하수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활용해 지역난방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하수처리장에서 나온 방류수를 히트펌프로 가열해 아파트단지 등에 지역난방 열원으로 공급하고, 사용 후 회송수는 다시 가열해 재공급한다. 탄천물·서남물재생센터에서 이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LNG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열원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열, 수열, 하수열이 친환경 시대의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최 부회장은 “효율이 공기열이나 에어컨보다 높고, 화석연료를 줄여 탄소 중립 달성에 기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자리 창출 효과도 크다”며 “지열, 수열 장비는 중소기업에서 생산되며, 특히 천공 작업에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권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서울시는 대규모 건물 중심 재생열 의무화, 신규 설치 및 효율 개선 지원, 전문가 컨설팅 등 재생열에너지 설비 설치 및 운영에 대해 전주기적으로 지원 중”이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신재생에너지가 균형 보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