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청소기 리뷰를 작성하면 구매 대금의 10%를 수수료로 드립니다. ‘고수익 알바’하시겠습니까?”
10년 넘게 블로그에 일기와 맛·상품 리뷰 등을 올리고 있는 주부 권모씨는 최근 이런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 블로거로 사업자 등록까지 할 정도로 업계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팀 미션’을 앞세우며 접근한 일당에게 5시간 만에 1300만원을 보냈다. 영등포경찰서는 최근 권씨 사건을 인천 연수경찰서로부터 이관받아 수사 중이라고 13일 밝혔다.
권씨에게 접근한 A 광고 업체는 일정 포인트를 선지급했고, 권씨는 이 포인트로 이틀 동안 하루 2건씩 3만∼10만원 상당의 물건을 구매하고 대금 10%를 포인트로 적립까지 받았다. 권씨가 출금 신청을 하자 1분 만에 수고비까지 입금됐다. 결론적으로 물건은 전달되지 않았다. 구매내역을 남기기 위해 ‘가짜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정회원 전환’이나 물품대금 액수를 키우는 식으로 수익률이 증가하자 주문은 거듭됐다. 마지막 범행 종료 단계에서는 ‘출금 계좌 인증’을 명목으로 추가 금전을 요구하거나 “환급이 불가하다”고 안내한 뒤 잠적한다.
권씨 역시 ‘환급 과정에 문제가 생겨 가상계좌에 돈을 입금하라’는 관리자 지시에 5차례에 걸쳐 960여만원을 보냈고, ‘출금 미션’ 형태로 340만원을 가상계좌에 보낸 뒤 500만원을 추가로 보내는 과정에서 지급정지된 계좌라는 사실을 뒤늦게 확인해 사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과정에선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 형성된 고용관계 등을 빌미로 한 협박도 이어졌다.
김대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사기 피해자가 또 다른 사기 범죄의 가담자가 되는 사기 범죄의 기본적인 성격이 잘 드러나는 수법”이라며 “피해자가 끊임없이 양산되는 것이 다중 사기 피해의 두드러진 특성”이라고 강조했다.
논문은 리뷰 알바처럼 용역의 제공을 꾸며낸 행위를 매개로 자금을 송금하게 한 것을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지급정지 조치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진은 피해자가 송금한 금액이 외관상 (재화의) 대가로 보일 수 있지만, 진짜 사고파는 거래관계의 당사자가 아닌 알바에 수반되는 절차이기에 사기꾼들이 사기피해환급법 적용을 피하기 위해 의도한 장치라고 해석했다. 현행법은 용역의 제공이나 재화의 공급이 있을 경우 전기통신금융사기로 보지 않아 피해 사각지대가 생긴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