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을 당하던 피해자가 끝내 살해되는 사건이 반복되자 정부가 실태 파악을 위해 ‘살인 전 여성폭력 피해’ 통계 집계를 시작했지만 허술하게 운영된 것으로 드러났다. 살인 피해자가 여성폭력 가해자인 경우도 통계에 포함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통계를 ‘보여주기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의원실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해 살인(미수 포함) 사건 768건 중 150건이 살인 전 여성폭력 피해가 있던 것으로 집계했다. 여성폭력은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성폭행·성매매를 아우르는 용어다. 이 통계를 토대로 경찰청은 ‘2024 사회적 약자 보호 주요 경찰 활동’ 보고서에서 “살해 당한 여성 피해자는 32.4%(333건 중 108건)가 여성폭력 피해가 있었고, 살해당한 남성 피해자는 9.7%(435건 중 42건)만이 피해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살인에 앞서 가정폭력 등에 시달린 여성 피해자의 비율이 남성 대비 3배로 보이지만, 이는 현실과 다르다. 경찰이 남성 살인 피해자 중 여성폭력 피해가 있었다고 공표한 42건 중에는 여성폭력의 가해자인 경우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예를 들어 가정폭력을 행사하던 남성이 여성으로부터 살해된 사례도 통계에 등록된 것이다. 남성 살인 피해자 중 여성폭력의 가해자인 경우를 제외하면 ‘살인 전 여성폭력’ 사건의 여성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