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독재자’와 ‘황제’에 빗댄 칼럼을 쓴 적이 있다. 당시 트럼프가 취임한 지 한 달 남짓 쏟아낸 과격한 주장과 난폭한 대외정책에는 중국을 향한 비수가 가득했다. 절대권력자 시 주석은 “동풍이 서풍에 우세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의 요구를 거의 수용했던 굴욕적 무역협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읽혔다.
6개월이 지난 지금 시 주석이 미국의 아픈 곳을 콕콕 찌르며 황제의 본색을 노골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9일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인 희토류의 전방위 수출통제에 나섰다. 중국산 희토류와 관련 기술이 들어간 제품이라면 어디서 만들었든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미국이 반도체 장비,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등 첨단기술의 대중 수출을 막는 방식(해외직접제품규칙)과 닮은꼴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의 보복이다. 트럼프가 ‘100% 추가관세’를 위협했지만, 중국의 기세는 꺾일 기미가 없다. 중국은 지난달 수확기에 맞춰 미국산 대두(콩) 수입도 전면 중단했다.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미국 중서부 농가를 흔들어 정치적 타격을 가하려는 저의가 깔려 있다. 미·중은 지난 14일부터 서로 상대국 선박에 항만수수료 혹은 특별 항만세까지 물리고 있다.
미·중 갈등의 불똥이 한국에도 튀었다. 중국 정부는 한화오션의 필리조선소 등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해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제재를 단행했다. 한·미 조선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를 향한 반감과 불만이 담겨 있다. 중국은 올 연초 대중 해운·조선 제재와 관련한 미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에 이들 기업이 지지·협조해 자국 주권과 안보이익을 해쳤다는 이유를 댔다. 중국이 이번 조치를 시작으로 미국의 대중 포위전략 협력을 빌미 삼아 한화오션 등 조선업계 전반과 반도체, 철강 등 다른 산업 전반으로 확대하지 말란 법이 없다. 당장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조치만으로도 12월부터 한국은 희토류가 들어간 휴대전화와 반도체 등 첨단제품 수출마다 중국의 허가를 받아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