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 다저스와 밀워키 브루어스의 미국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 4차전은 야구팬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경기였다. 선발투수로 등판한 오타니 쇼헤이는 6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고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왔을 뿐 아니라 동시에 홈런 세 개를 기록하며 경기 전체를 지배했다. 투수이자 타자로서 경기 내내 활약한 오타니의 모습은 ‘이도류’의 진수를 보여주는 역사적 순간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에서 개인적인 관심은 오타니보다 상대 팀 밀워키 브루어스였다. 이름이 남달랐기 때문이다. 브루어스는 양조업자, 즉 술을 빚는 사람을 뜻한다. 야구팀이 스스로를 밀워키의 맥주 장인이라고 부른 것이다. 이유는 바로 밀워키가 미국 맥주산업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밀러, 파브스트, 슐리츠, 블랫츠 등 주요 양조 기업이 이곳에서 탄생하며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미국 전체 맥주 생산의 절반 이상을 책임졌고, 밀워키는 자연스럽게 ‘Beer Capital of America’(미국의 맥주 수도)로 불리게 되었다.
밀워키가 맥주산업의 메카로 성장한 이유는 단순히 이민자의 기술뿐만 아니라 지리적·기후적 조건과도 밀접하다. 오대호를 통한 물류와 냉수 저장에 적합한 추운 기후는 저온 발효가 가능한 라거 맥주 제조에 최적이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독일과 체코에서 넘어온 양조업자들은 자신들의 전통적 기술을 그대로 이어가며 대규모 양조장을 세웠다.
● 명욱 주류문화 칼럼니스트는…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숙명여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주임교수를 거쳐 현재는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넷플릭스 백스피릿의 통합자문역할도 맡았으며,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