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가 발표한 지난 9·7 공급대책은 노후공공임대 재건축도 포함하고 있다. 낡은 공공임대주택을 재건축해 서울에 2만3000호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마치 이번 대책으로 새롭게 마련된 물량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서울시와 SH가 이미 추진 중인 1만1000호 물량이 포함돼 있다. 심지어 그중 하계5, 상계마들 단지는 서울시 자체적으로 이미 사업계획을 완료하고 착공을 준비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국토부 발표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노후공공임대 재건축에 있어 중앙정부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우선은 이주대책이다. 기존 주택에 이미 가구들이 입주해 있기 때문에, 이주대책이 필요하다. 2030년 2만3000호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적어도 2028년까지 1만2000호 이주주택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서울의 영구·공공임대 물량은 LH, SH를 다 합쳐도 6만5000호다. 3% 공가율을 가정해 3년 치를 모두 모아도 6000호가 되지 않는다. 신규 모집도 필요하기에 이 물량을 온전히 활용할 수도 없다. 현 상태로라면 1만2000호 이주주택 확보는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10·15 대책에서 수도권 신축매입 7000호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수도권’이라는 단어가 불안하다. 하계5, 상계마들의 사례를 볼 때 기존 입주자들은 인근으로 이주하려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같은 자치구 내 이주주택에는 모든 가구가 성공적으로 이주했으나, 다른 구의 이주주택은 미입주가구가 많이 늘어났다. 특히 다른 구의 ‘매입’ 임대는 약 33%의 가구가 입주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 수도권 매입임대 7000호는 한계가 존재한다. 기존 가구의 입지 관성을 고려해 이주주택을 확보하거나 아니면 목표를 조정해야 한다.
김준형 서울시 주택정책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