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만의 오아시스(Oasis) 내한공연. 모든 순간이 머릿속에서 상상하던 그대로였지만, 역시 최고의 장면은 ‘돈 룩 백 인 앵거(Don’t Look Back in Anger)’를 부르는 노엘 갤러거와 드넓은 운동장과 3층 관중석까지 꽉 채운 5만5000명의 ‘떼창’이었다. 한국 팬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잘 알려진 노엘은 후렴 구간을 잠시 멈췄고, 열렬한 팬들은 ‘돈 룩 백 인 앵거’를 열두 번이나 노래했다.
1991년 리엄(프런트맨·보컬)과 노엘(기타·보컬) 갤러거 형제를 중심으로 결성된 오아시스는 정규앨범 7장을 발매와 동시에 모두 영국 앨범 순위 정상에 올릴 만큼 큰 사랑을 받은 밴드다. 특히 2집은 10주 동안 1위를 차지했고, 음반 판매량은 9000만 장 이상을 기록했다. 그러나 형제간 불화로 2009년 해체했다가 지난해 9월 소셜미디어로 재결합 공연을 공지해 세계 팬들을 기쁘게 했다.
21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16년 만에 열린 오아시스 내한공연은 오랜 팬들의 기다림을 채워주기에 충분했다. “돌아오니 좋군(It’s good to be back)”이라며 무대 복귀를 알리는 듯한 ‘헬로’로 공연을 시작한 오아시스는 본 공연 19곡, 앙코르 4곡 등 총 23곡을 두 시간여 동안 선사했다.
드넓은 운동장을 가득 채운 팬들 역시 응원봉 등이 등장하는 다른 공연과 달리, 오로지 몇몇 곡에서 스마트폰 플래시라이트만으로 공연을 빛냈다. 이날 공연장은 종일 오아시스 팬들과 전국 각지에서 이들을 싣고 온 셔틀버스로 붐볐다. 이른 시간부터 자리 잡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오아시스 노래를 들으며 공연을 기다리는 팬들로 가득했다. 관객층은 오아시스가 전성기를 누린 1990년대를 경험한 30·40대에서부터 뒤늦게 이들의 음악을 접하고 팬이 된 20대까지 다양했고, 부모·자녀가 함께 온 모습도 눈에 띄었다. 갤러거 형제는 “나이스 서울”, “위 러브 유” 등을 외치며 관객 호응을 이어갔다. 공연 초반 리엄은 “뒤돌아서 어깨동무를 하고 뛰자”며 영국 프리미어리그 축구팀 맨체스터시티의 독특한 응원법을 제안했고, 팬들은 일제히 어깨를 걸고 함께 뛰며 호응했다.
‘왓에버’, ‘리브 포에버’, ‘록앤롤 스타’ 등 팬들 가슴을 뛰게 하는 노래에서 절정의 보컬과 연주를 들려주며 본 공연을 마무리한 오아시스는 4분 만에 암전 속에서 다시 등장해 ‘마스터플랜’, ‘돈 룩 백 인 앵거’, 그리고 ‘원더월’, ‘샴페인 슈퍼노바’로 한국 공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