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한미 정상의 두번째 회담 기회를 제공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10월31일~11월1일·경주)를 계기로 한미 무역협상을 매듭짓기 위한 양국간의 긴박한 대면 협의가 22일로 사실상 종료되면서 결국 두 정상의 결단만 남은 형국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2일(현지시간) 워싱턴 DC의 상무부 청사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한미 무역합의의 잔여 쟁점을 놓고 2시간 가량 협상을 벌였다.
김 장관과 김 실장은 지난 16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인물(러트닉)과 협상한지 불과 6일만에 다시 미국을 방문해 협상을 했다.
이와 관련, 김정관 장관은 20일 '미국이 여전히 전액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거기까지는 아니다"라고 말함으로써 3천500억 달러의 구성을 둘러싼 한미간 협상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대미투자금 납입 기간을 어느 정도로 잡을지가 최대의 쟁점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2029년 1월까지인 자신의 임기 안에 한국의 투자금을 받아냄으로써 그것을 정치적 성과로 홍보하려 할 것으로 보이는데, 결국 그가 '납입 기간'에 대해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안을 수용할지 여부가 우선 관건인 것이다.
일부 한국 언론은 한국이 매년 250억 달러씩 8년간 2천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하고 나머지 1천500억 달러는 신용 보증 등으로 돌리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보도했는데,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이후로까지 납입 기간을 늘리는 것에 동의할지가 최종 관건일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간의 막바지 협상에는 현재 희토류 수출 통제(중국)와 대중국 100% 관세 인상(미국) 카드로 맞서고 있는 미중의 대치 국면도 일정한 영향을 줄 것인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APEC 계기에 열릴 전망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담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동맹국인 한국과의 최종 합의가 늦어지고 삐걱대는 모양새는 보이고 싶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에 APEC 계기에 열릴 한미정상회담에서 최종 합의를 도출할 필요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를 규탄하며 미국과 미국 동맹국의 단결을 강조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미중관계가 갈등할 수록 미국으로선 동맹과의 관계를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가능케 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APEC 전에 무역과 관련한 최종합의가 도출될 경우 이르면 29일로 예상되는 APEC 계기 한미정상회담의 일환으로 합의 내용을 공식화하는 이벤트가 열리거나 합의 내용을 담은 '팩트시트'(사실관계 설명자료·fact sheet)가 공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협상이 최종 타결될 경우 이미 8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때 의견접근을 본 한국의 국방비 증액 및 동맹 현대화 방안, 원자력 협력 강화 방안 등 안보 및 경제 관련 다른 합의 사항들도 발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그러나 무역협상 타결이 미뤄질 경우 다른 합의 사항들의 발표도 함께 미뤄질 가능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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