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이 아리아가 되는 순간, ‘화전가’
2020년 국립극단 70주년 기념작으로 만들어져 대호평받은 연극 ‘화전가’가 25, 26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로 새롭게 태어났다. 우리말, 그것도 안동 사투리가 지닌 음악성과 운율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살려낸 작품이다. 음악극 ‘적로’(2016)에서 시작해 오페라 ‘1945’(2020), 음악극 ‘마디와 매듭’(2022)으로 이어진 배삼식 작가와 최우정 작곡가의 협업이 절정에 달한 무대다. 배삼식의 서정적 문장은 최우정의 선율 위에서 노래가 되고 대사가 된다.
“사월이라, 청보리밭, 봄바람이 건너가네. 보리피리 불며 가네.”
그가 남긴 동요가 오페라 ‘바람의 노래’로 새롭게 태어난다. 1950년대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산골 마을 빈집에 사는 소녀 ‘강바람’과 인형 ‘달’이 바람, 동물, 자연과 함께 만들어가는 생명의 이야기다. 작곡가 김주원이 박태현의 동요와 현대적 음악어법을 결합한다. ‘강바람’역에는 2011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성악 부문 아시아인 최초 우승자인 소프라노 홍혜란이 출연한다. ‘달’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유럽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동 중인 테너 최원휘가 출연한다. 성남아트리움 대극장에서 11월 14, 15일.
◆‘여자의 마음’과 ‘그리운 이름’, 오페라 ‘리골레토’
오페라 역사에서 사실주의의 문을 연 베르디의 ‘리골레토’. 궁정 광대 리골레토와 그의 딸 질다, 그리고 방탕한 만토바 공작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명적 비극을 통해 권력과 욕망, 부성과 복수의 아이러니를 날카롭게 그려낸다. 질다가 공작에게 순수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에서 나오는 ‘그리운 이름(Caro nome)’, 그리고 공작이 술집에서 여성의 변덕을 경쾌하게 노래하는 ‘여자의 마음(La donna e mobile)’이 특히 유명하다.
솔오페라단 창단 20주년 기념작으로 공연되는 이번 ‘리골레토’에선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바리톤 가잘레가 주역을 맡는다. 라 스칼라를 필두로 유럽 주요 극장에서 70여개의 배역을 소화한 베르디 스페셜리스트다. 질다 역에는 캐슬린 김이 출연한다.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스타다. 전 세계를 무대로 기교 넘치는 콜로라투라와 맑은 음색으로 주목받아 왔다. 만토바 공작 역을 맡은 테너 박지민은 로열 코벤트가든과 BBC 프롬스 무대에서 주역으로 활약하며 국제 무대에 자리매김한 차세대 성악가.
연출은 인물의 내면을 세밀하게 그려내는 김숙영이 회전 무대와 영상 맵핑을 활용해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구현한다. 지휘는 이탈리아 출신의 마르첼로 모타델리가 맡는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10월31일∼11월2일.
◆200여명이 무대에 오르는 대작 ‘아이다’
내용이나 무대의 장대함에서 최고의 오페라로 평가받는 ‘아이다’가 2014년 이후 11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베르디 만년의 걸작으로 대규모 합창과 관현악, 발레, 무대장치 등 오페라 예술의 모든 장르적 요소가 집대성되며 ‘오페라 예술의 최정점’으로 여겨지는 작품이다.
이번 무대 역시 서울시오페라단 창단 40주년 기념작으로 서울시합창단, 위너오페라합창단과 경기필하모닉 등 총 200여명이 참여한다. 박혜진 서울시오페라단장은 “원작의 정신과 감동을 가장 진정성 있게 전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서울시오페라단이 지난 40년이 한국 오페라의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었다면 이번 ‘아이다’는 그 역사를 이어 미래를 향하는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11월 13∼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