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나쁜 나라” “혼내 줘야 해요”라는 어린 손주가 무심코 던진 말에 좀 놀랐다. 공룡을 포함하는 동물 이야기를 하면서 툭 나온 말이었다. 모든 동물이 다 나쁘지 않듯이 일본이 다 나쁜 건 아니고, 나쁜 사람만 나쁜 거라고 얘기해 주었지만 아이의 태도는 꽤 완강했다. 태도는 어떤 대상에 대해 ‘좋다’ ‘나쁘다’와 같은 감정을 대변하고 행동의 가이드가 되는 것이니 어른들 용어로 바꾸면 강한 ‘혐일’이다. 객관적인 자료를 접하지 못한 천진난만한 어린이가 일본에 대해 미리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웃으로 사는 게 숙명인 한·일 양국이 좋은 관계가 되도록 함께 노력해야 할 일이다.
지난 17일 일본의 침략 전쟁과 식민지 지배에 대해 진정성 있는 사과를 공식적으로 또 최초로 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총리가 타계했다. 그는 1995년 8월15일 일본 패전 50년을 맞아 발표된 ‘무라야마 담화’에서 “일본은 국책을 잘못 세워 전쟁의 길로 나아가서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빠뜨렸고, 특히 아시아 여러 나라의 사람들에게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 “미래에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의심할 여지가 없는 이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여기에 다시금 통절한 반성의 뜻을 표하며 진심으로 사죄의 마음을 밝힌다”고 선언했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