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방문한 이재명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한·아세안 정상회의와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에 잇달아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과 아세안 간의 교역액을 연간 3000억달러로 늘리겠다고 선언하며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CSP)’의 영어 약자를 활용한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취임 후 처음으로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한국과 아세안 관계가 이웃사촌과 같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30여년간 아세안과 한국의 인적교류는 급속히 확대돼 아세안은 매년 1000만명의 한국인이 방문하는 지역이 됐고 아세안과 한국은 금융위기와 팬데믹, 자연재해 등이 닥칠 때마다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온 자랑스러운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의미하는 CSP의 각 알파벳을 활용한 대(對)아세안 정책 비전 세 가지를 발표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은 아세안의 ‘꿈과 희망을 이루는 조력자(Contributor)’가 되겠다”며 “한·아세안 연간 상호방문 1500만명 시대를 열고 사람 중심의 아세안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아세안의 ‘성장과 혁신의 도약대(Springboard)’가 되겠다”며 “이제 한·아세안 간 연간 교역액 3000억달러 달성을 향해 나아가겠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한국은 아세안의 ‘평화와 안정의 파트너(Partner)’가 되겠다”며 “한국은 초국가범죄·해양안보·재난·재해 등 역내 평화와 안정 수요에 보다 적극적으로 부응함으로써 회복력 있는 공동체 형성의 협력 기반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끝으로 귀국길에 올랐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이날 양국 간 방위산업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국은 이번 MOU를 계기로 국방기술 분야 협력 및 공동 연구개발 추진, 군수물자 공동 생산, 제3국 공동 마케팅 등의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은 1993년 K-200 장갑차를 말레이시아에 판매했으며, 2023년에는 FA-50 경공격기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아세안+3 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 처음 대면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전날 일본으로 먼저 귀국하면서 대면은 이뤄지지 않았다. 다카이치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의 준비 등을 위해 먼저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카이치 총리와 첫 대면을 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귀국 후 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등 굵직한 외교 이벤트들과 에이펙 정상회의 행사 및 외빈 맞이 준비에 집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