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올해 3분기 기록한 영업이익 7조원은 지난해 3분기(3조9000억원) 대비 79.5% 높고, 직전 분기(4000억원)의 17배가 넘는 수치다.
삼성전자는 30일 DS부문의 실적 상승에 대해 “제품 가격 상승과 전 분기 발생했던 재고 관련 일회성 비용이 감소한 덕”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둘러싼 패권 경쟁으로 고성능 D램 기반의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더해 범용 D램·낸드까지 공급 부족 상태에 놓이면서 메모리 전 제품의 단가가 크게 상승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범용 D램인 DDR4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에 6달러를 넘어서며 ‘메모리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의 시작을 알렸다. DS부문의 이번 3분기 메모리 관련 매출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DS부문의 실적 랠리는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이날 엔비디아에 HBM3E(5세대) 12단 제품 공급 사실을 공식화했는데, 엔비디아 공급분은 이번 3분기엔 크게 반영되지 않아서다. 실제 공급이 시작된 시기는 4분기로, 3분기엔 대량의 유상 HBM3E 샘플 매출이 포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 구멍’이었던 파운드리(수탁 반도체 제조)와 시스템LSI(반도체 설계)도 이번 분기 적자 폭을 1조원 이상 줄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특히 파운드리에 대해 “첨단공정 중심으로 분기 최대 수주 실적을 달성했다”며 “일회성 비용이 감소하고 라인 가동률이 개선되면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큰 폭 개선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AP ‘엑시노스’가 부활한 것이 주효했다. 엑시노스는 그간 발열·수율(양품 비율) 문제로 올해 초 출시된 ‘갤럭시 S25 시리즈’ 탑재가 불발되는 등 가시밭길을 걸었는데, 이번 엑시노스 2500이 3분기 출시된 플래그십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7’에 탑재되면서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업계에선 삼성 파운드리와 시스템LSI의 적자 구멍이 조만간 메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나노 기반 엑시노스 2600의 갤럭시 S26 시리즈 탑재와 더불어 테슬라·애플 등 3분기에 공개된 초대형 수주 실적이 차츰 반영될 예정이라서다.
메모리 사업 또한 삼성전자가 최근 700조원 규모의 초거대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전격 합류하는 등 DS부문의 실적은 당분간 상승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