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미국과 중국의 대치 상황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 최종 결과물인 ‘경주 선언’이 막판 치열한 협상 끝에 도출됐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간 양자회담이 열려 당사국 간 현안을 논의하는 장이 되었다는 점에서 한국이 가교 역할을 무난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한국이 주도한 가장 큰 외교행사인 이번 에이펙은 녹록지 않은 대외 환경 속에서 다자무역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분석된다.
2일 외교가에 따르면 전날 폐막한 경주 에이펙 정상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자신이 표방한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무난히 수행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다자주의, 자유무역 체제가 흔들리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경주 선언을 조율해냄으로써 다자외교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외교적 리더십을 입증했다. 재집권 후 더 강한 보호무역 기조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귀환한 첫 에이펙에서 이 정도 협력 지대를 만든 것은 주목할 만한 결실이란 평가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한·미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날 한·싱가포르 정상회담까지 이어진 양자외교에서도 적지 않은 의미를 남겼다. 무엇보다 장기화하던 한·미 관세협상을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담판을 지어 경제의 불확실성을 걷어냈다. 안보의 숙원 중 하나이던 핵추진 잠수함을 정상 차원에서 의제로 꺼내 정치적 승인을 얻어낸 점은 ‘깜짝 성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