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프린스그룹 등 캄보디아 스캠 범죄 배후 단체에 대해 전격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캄보디아 국내 거점은 물론 부당 이득을 취한 국내 관련인의 탈세 혐의까지 조사 대상에 올렸다. 국세청은 아울러 고액 체납자 추적 특별기동반을 가동해 3억 이상 체납 발생 즉시 실태확인부터 체납징수까지 전 과정을 논스톱으로 진행해 악의적 체납에 신속 대응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3일 임광현 국세청장 취임 후 정부세종2청사에서 처음으로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국세행정 운영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회의는 이재명정부의 ‘투명한 국정운영’ 기조에 맞춰 관서장 회의 최초로 역점추진과제 발표를 전체 공개로 진행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세행정 운영방안에는 △인공지능(AI) 시대를 선도하는 국세행정 AI 대전환 △민생경제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합리적 세정 구현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는 공정 세정 실현 △성공적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안정적 세수확보가 중점 추진과제로 제시됐다.
국세청은 우선 공정 세정 실현의 일환으로 최근 불거진 캄보디아 스캠 범죄 배후 그룹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주요 사례를 보면, 외국법인 A는 서울 핵심 상업지에 해외 부동산 투자 컨설팅 업체를 설립하고 영업직 임직원을 채용하며 국내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단순 연락사무소로 위장해 국내 발생 사업 소득과 영업직 임직원의 근로소득 원천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이 법인은 국내 투자자로부터 인당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부동산 투자자금을 모집해 이를 국외로 송금했다. 국세청은 실제 부동산 취득 내역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해외 부동산 투자를 가장한 피싱 범죄수익 등이 국외에 유출됐을 것으로 판단, A법인은 물론 임직원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또 범죄 연관성이 확인될 경우 국외 유출된 범죄수익이 환수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적극 공조할 계획이다.
불법 자금세탁 의혹을 받고 있는 국외 금융그룹 B와 관련성 있는 내국인 C씨도 세무조사 대상에 올랐다. C씨는 환전소를 운영하면서 실적을 축소 신고하는 수법으로 소득을 과소신고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환전소 인수 이후 수 차례 국외로 출입국하는 등 사업활동이 B그룹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은 환전수수료 수입 탈루 혐의에 대한 조사와 함께 환전거래내역 추적조사를 통해 불법자금 세탁 등 범죄 관련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검증할 예정이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대상에는 프린스그룹, 후이안그룹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세청은 이와 함께 악의적 체납자에 대해 강력 대응할 방침이다. 서울청 등 7개 지방청에 ‘고액체납자 추적 특별기동반’을 가동해 3억원 이상 체납이 발생한 즉시 ‘실태확인→추적조사→체납징수’까지 과정을 논스톱으로 가동한다. 이 밖에 국세 체납관리단을 신설해 133만명 체납자(110조원)를 전수 조사해 악의적 체납자에 대해 엄정 대응하는 한편 생계 곤란형 체납자는 복지서비스와 연계해 재기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민생경제 회복과 성장을 위한 세정도 이뤄진다. 국세청은 영세자영업자의 국세 신용카드납부 수수료를 대폭 인하하는 한편 인적용역 소득자가 소득세 환급금을 빠짐없이 수령할 수 있도록 안내할 계획이다. 또 AI 등 신산업 기업과 관세피해로 어려움을 겪는 수출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이중과세 문제 등 해외 진출기업의 고충도 양자교류·다자회의체 참여 등 실용적 세정외교로 해결하기로 했다. 이 밖에 기업에 상주하며 진행하는 현장조사를 최대한 축소하는 등 납세자에 불편을 초래하는 낡은 관행도 개선키로 했다.
국세행정 AI 대전환 로드맵도 제시됐다. 국세청 전용 AI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해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생성형 AI 모델 도입을 신속히 진행하고, 3대 분야(납세서비스, 공정과세, 세정역량) 중심으로 과제를 발굴·개발해 오는 2028년부터 AI 국세행정 서비스를 본격 개시하기로 했다.
국세청은 아울러 악성민원으로부터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직원보호 전담 변호팀’을 출범한다고 밝혔다. 직원 전담 변호팀은 5급 변호사 2명, 6급 세무직 2명으로 구성되며 법률상담, 고발 검토, 수사·재판 대응, 부당민원 처리 등을 담당한다. 국세청이 전담 변호팀까지 출범시킨 건 악성민원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9년 한 민원인은 탈세제보 처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십차례에 걸쳐 세무서를 방문해 고성으로 욕설·협박했고, 검찰·감사원에 담당 세무공무원을 직무유기로 신고까지 했다. 해당 신고가 무혐의 처리된 이후에도 이 민원인은 세무서장 앞으로 ‘칼로 찌른다’는 내용의 문서를 보내는 등 극언을 지속했고, 담당과장은 지난해 스트레스를 못 이겨 퇴직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아울러 청사 안전요원도 올해 60개 관서에서 내년 76개 관서로 확대하기로 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이날 회의에서 “언제나 국민을 중심에 두고 국세행정을 혁신해 나가야 한다”면서 “국세행정의 변화가 민생경제와 국민의 삶에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관서장 여러분이 전심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