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의 인연, 예술가와 도시의 인연이야말로 음악제가 지속할 수 있는 힘입니다. 올해는 그 관계를 무대 위에 담아내고 싶었습니다.”(박유신 포항국제음악제 예술감독)
올해로 5회째를 맞는 2025 포항국제음악제가 ‘인연’을 주제로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포항 일대에서 열린다. 박유신 예술감독은 3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상보다 폭발적인 반응으로 8분 만에 전석이 매진됐다”며 “포항은 산업 도시이지만, 이제는 음악으로 사람과 사람을 잇는 ‘인연의 도시’가 되어가고 있다. 그 여정을 시민들과 함께 이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번 음악제 개막공연은 젊은 지휘자 겸 작곡가 윤한결이 포항을 모티프로 작곡한 신작 ‘별신굿’으로 문을 연다. 국악 장단과 서양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결합한 이 작품은 지역성과 현대성을 아우르는 올해 음악제의 상징적 무대가 될 전망이다. 박 감독은 “포항만의 정체성을 담은 새로운 시도”라고 강조했다.
세계 정상급 현악사중주단 하겐 콰르텟의 첫 포항 공연도 화제다. 박 감독은 “하겐 콰르텟은 실내악의 교과서 같은 존재다. 포항에서 이들의 무대를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상징적”이라며 “실내악이야말로 클래식의 가장 높은 문턱이자 음악제의 중심축”이라고 말했다.
성악가 사무엘 윤과 황수미가 함께 꾸미는 듀오 콘서트 ‘웃음에서 광기로’는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드라마처럼 엮은 음악극 형식으로 선보인다. 사무엘 윤은 “노래와 연기, 스토리텔링이 결합한 형식으로 인연의 의미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올해는 포항문화예술회관의 보수공사로 인해 모든 공연이 무료로 진행된다. 대신 포항교육청 문화원, 효자아트홀 등 시내 곳곳에서 ‘찾아가는 음악회’ 형식으로 펼쳐진다. 또 포항예술고등학교 마스터클래스, 꿈의 오케스트라, 아티스트 포항 프로젝트 등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한다. 박 감독은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이런 경험이 다음 세대를 키우는 힘이 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 명칭을 ‘포항국제음악제’로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겐 콰르텟 등 세계적 연주자 참여가 늘고, 해외 매니지먼트의 협업 제안이 잇따르면서 음악제가 국제적 위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박 감독은 “내년 개관 예정인 포항컨벤션센터를 거점으로 해외 예술가들과 협업 프로그램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포항을 국제 음악 교류의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베이스 사무엘 윤은 “유럽의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처럼, 도시와 음악제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포항이 한국적 정서를 품은 국제음악제로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