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으로 아픔을 배운 곳은 어디였을까. ○○○ 이비인후과, △△△ 소아과, ◇◇◇ 내과…. 소도시 구석 허름한 간판에 적힌 이름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시 속 병원처럼 나의 병원들도 어느새 모두 사라졌을 것이다. 더는 찾아볼 이유도 용기도 없지만, 한때의 기억만은 생생하다. 겁에 질려 한참을 울기도, 의연한 척 짐짓 주삿바늘을 쏘아보기도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 혹은 추억. 그 시절의 증표처럼 콧등에는 조그만 수두 자국이 남았다. 내 얼굴에 난 흉터 하나에 몹시도 마음을 졸이던 한 사람의 표정 또한 깊이 간직한 채다.
이제 더는 소아과에서 아픔을 배우지 않는다. 한바탕 진을 빼고 병원 문을 나서면 나날이 새로운 아픔이 숙제처럼 나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그때 그 병원들은 가르쳐 주지 않았다. 차마 가르쳐 줄 수 없었을지도. 수시로 맞닥뜨리는 삶의 비정함 앞에 이따금은 일곱 살처럼 소리내어 울고 싶지만, 지금은 어떤 손도 나를 달랠 수가 없다.
박소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