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등 세계 각국에 부과한 관세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미 연방대법원의 심리가 5일(현지시간) 시작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소한다면 미국이 제3세계 수준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관세 소송과 관련, “대통령이 관세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우리는 전 세계 다른 모든 나라, 특히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상당히 불리한 위치에 놓일 것”이라며 “최근 중국 및 많은 다른 나라와 성공적으로 (무역) 협상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는 협상 카드로서 ‘관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연방대법원은 5일 구두변론기일을 열어 트럼프 행정부가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시행한 관세 부과가 적법한지 심리한다. 1977년 제정된 IEEPA는 외국에 의해 ‘국가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에게 외국 정부 등에 수출입 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을 근거로 지난 4월 미국의 만성적인 대규모 무역적자를 이유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국가별로 ‘상호관세’를 부과해 왔다. 당시 한국도 25% 관세가 적용됐고, 최근 한·미 무역 합의로 15%로 낮아졌다. 미국 중소기업 등이 관세로 피해를 봤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소송이 시작됐다.
대법원 판결은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대법원 최종 판결에서 패소한다면 이미 거둬들인 수백억 달러 규모의 관세 수익을 환불해야 한다. 영국 BBC방송에 따르면 이미 납부된 관세는 약 900억달러(약 1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9월 대법원 판결이 패소할 경우 “(지금껏 부과한) 관세의 약 절반을 환불해야 할 것이고, 이는 재무부에 끔찍한 일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법관 총 9명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 임명한 대법관 3명을 포함해 6명이 보수 성향이라는 점은 변수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이 IEEPA 관세를 위법하다고 판단하더라도 무역 합의가 완전히 무효가 될지는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이언 마제러스 전 미 상무부 부차관보는 AFP통신에 “트럼프 행정부가 패소하더라도, 다른 법률을 활용해 150일 동안 15%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