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전환 과정에서 발생한 수요와 공급 불일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글로벌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제시했다. 반도체와 AI데이터센터, 에너지솔루션 등 SK그룹이 가진 AI 역량을 결집해 제공하는 통합 솔루션에 대한 청사진도 공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SK AI 서밋 2025’에서 “AI 스케일(규모) 경쟁이 아닌 효율 경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규모로만 싸우면 너무 많은 돈이 투입되고, AI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엔 거대언어모델(LLM) 등 큰 AI 모델을 학습하는 데 기업들이 주력했지만, 지금은 ‘효율화’가 AI 경쟁의 핵심이 됐다는 의미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SK AI 서밋은 국내 최대 AI 행사로 4일까지 열린다. 오픈AI와 아마존, 엔비디아, TSMC 등 글로벌 기업과 학계 인사들이 참여해 AI 현재와 미래를 논의한다.
기조연설에 나선 최 회장은 SK가 집중해야 할 분야로 메모리반도체와 AI 인프라, AI 활용을 꼽았다. AI 관련 산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반도체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늘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성능이 향상된 차세대 칩이 끊임없이 나오는 데 반해 AI 연산을 뒷받침할 메모리 공급 속도가 맞춰주지 못한 데 따른 것이다. SK가 초대형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오픈AI는 SK에 고대역폭메모리(HBM) 90만장을 요구한 배경이다. 최 회장은 “하나의 기업(오픈AI)이 전 세계 HBM 월 생산량의 두 배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SK그룹은 고객사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능력(캐파)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청주 M15X 공장을 연 데 이어 2027년에는 용인클러스터를 완공한다. 용인클러스터에는 팹(반도체 제조시설) 4개가 들어간다. 팹 1개당 청주 M15X 팹 6개 규모와 맞먹는다. SK는 AI를 활용해 생산 효율성도 높이기로 했다. 반도체 생산과 데이터센터 운영에 AI를 적용해 자동화와 가상화를 이루는 식이다. 앞서 SK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AI를 활용한 AI 팩토리, ‘디지털 트윈’ 솔루션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디지털 트윈은 생산 현장을 가상 공간에 구현해 제조공정에서의 수율, 오류 등을 검증하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정을 완전 자동화하는 게 SK 목표다.
최 회장은 SK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조건으로 파트너사 협력을 꼽았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도 영상 메시지에서 “SK와의 전략적 파트너십은 한국과 전 세계의 AI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장기적 협력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글로벌 기업들의 이런 수요에 근거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AI 거품론’을 반박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단순 챗봇이 아닌 추론이 본격화했고, 기업간거래(B2B)의 AI 도입, 에이전트(비서) AI 등장, 국가 간 소버린(주권) AI 경쟁이 벌어지면서 AI 연산 수요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통령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AI 3강’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며 “(한국 기업과 정부가) 엔비디아와 대규모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AI 변방에서 격전지로 첫발을 내딛게 됐다”고 밝혔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이날 JTBC 유튜브에 출연해 “엔비디아가 피지컬 AI 분야와 관련해 한국이 성공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본 것”이라며 “엔비디아가 한국을 시작점으로 피지컬 AI 산업 전환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