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 당신과 나의 희곡-세계적인 작가 15인을 만나다’를 읽고 있다. 15인의 작가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도 있고, 새롭게 만나는 작가도 있다. 반은 알고, 반은 모른다가 맞을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건 며칠 전이지만 오늘은 셰이머스 히니 편을 읽는 중이다. 셰이머스 히니는 아일랜드인으로 1995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다. 그 당시 처음 접한 시편 중 ‘땅파기’를 처음 읽었을 때의 감동과 신선함은 지금도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있다. 자신은 농부인 선조들의 삽이나 쟁기 대신 펜(몽당연필)으로 땅(세상)을 파겠다는 각오가 담긴 위대한 시.
그런 시인이, 아일랜드에선 워낙 유명하고 애독자가 많아 ‘히니보퍼’라고 불린다는 그 덩치 큰 시인이, 그것도 대대로 땅을 파고 살아온 자랑스러운 농부의 아들인 시인이 개구리알을 무서워한다는 데에선 나도 모르게 웃음이 하하하! 터져 나왔다.
내가 작가(그림책 작가들을 포함)나 시인, 화가들의 인터뷰 글을 좋아하는 이유도 이런 사소한 것들을 알게 되는 기쁨 때문이다. 물론 최고 큰 이유는 작품에 대한 그들의 남다른 열정을 엿보고 그 매혹에 빠져드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작고 사소한 트라우마 혹은 독특한 취향이나 습관, 목소리 톤 등은 심리적으로, 인간적으로 그들의 작품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에 나로선 일거양득인 셈이다. 때로는 그 때문에 내 삶에 크고 작은 지혜가 되기도 하니까.
김상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