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방사선은 세포와 DNA를 손상시켜 암을 유발한다. 특히 표면에서 반사돼 발생하는 2차 중성자는 일반 방사선보다 최대 20배나 해롭다. 뉴 스페이스(상업우주) 시대에 인류의 우주 탐사가 본격화되면서 우주 방사선을 막는 기술이 더 중요해졌지만, 차폐 소재로 널리 사용되는 알루미늄은 일정 두께 이하에서 추가적인 2차 중성자를 만들어내는 부작용이 있다. 이에 따라 가볍고 강하면서도 중성자 차폐력이 뛰어난 ‘질화붕소 나노튜브(BNNT)’가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기존에는 가공기술의 한계로 BNNT 시트가 얇고 잘 부서져 제약이 있었다. 국내 연구진이 이같은 단점을 보완해 중성자 차폐 성능을 3배 이상 높인 미래형 우주방사선 보호막을 개발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기능성복합소재연구센터 장세규 박사 연구팀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최시영 교수 연구팀은 BNNT를 빽빽하게 배열해 튼튼하면서도 열을 잘 전달하며 우주 방사선을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보호막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BNNT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5 수준인 약 5나노미터에 불과한 미세한 튜브 구조다. 매우 가볍고 강하며 열 중성자 흡수 능력이 우수하지만 우주에서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있었다. 연구팀은 비누 성분의 일종인 계면활성제(도데실벤젠술폰산)를 활용해 물 속에서도 BNNT가 엉기지 않고 안정적으로 분산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바탕으로 BNNT를 고농도 액정 형태로 제조해 정렬도와 밀도가 모두 높은 BNNT 필름을 제작했다.
완성된 BNNT 필름은 기존보다 3배 이상 높은 밀도와 약 3.7배 향상된 중성자 차폐 성능을 보였다. 또 유연하면서도 강도가 높아 다양한 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공동 시뮬레이션 결과 BNNT 필름은 알루미늄보다 같은 질량 두께에서 약 15% 더 높은 방사선 차단 효율을 보였다. 특히 2차 중성자 차폐 성능이 뛰어났다.
이 필름을 적절한 두께로 적용하면 달 탐사 우주비행사에게 국제우주정거장(ISS) 수준의 방사선 안전 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탐사 임무 기간을 최대 2배까지 연장할 수 있는 성과로, 향후 장기 우주 탐사 및 달·화성 기지 건설의 핵심 기반 기술로 기대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BNNT 필름을 우주선의 경량 차폐 구조물, 달·화성 기지의 방호막, 고성능 우주복 소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어 인류의 안전한 우주 활동과 뉴 스페이스 시대의 기술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KIST 장세규 박사는 “나노소재인 BNNT를 우주 방사선 방패로 실제 적용하는 데 있어 제조 공정상의 기술적 한계를 돌파한 쾌거이며, BNNT의 밀도와 정렬도를 극한으로 높여 중성자 차폐 성능을 크게 향상시켰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다”며 “기계적으로 강하고 열을 잘 전달하는 장점을 가져 우주뿐 아니라 항공·국방·원자력 발전 시설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서 쓰일 수 있는 다재다능한 미래형 소재로 활용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매터리얼즈’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