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4일 [詩의 뜨락]

함민복

첫얼음이 왔다

어깨 움츠러드는

강아지 물그릇

손가락으로 눌러보았다

 

얇은 얼음 막 뒤에, 

손끝의 온기에도 녹고 마는

절제마저 사족인 양

투명한 명함 뒤에

 

막강한 영하의 세계를 이끌고

철새들의 명징한 눈빛과

길의 일기장을 예고하며

첫얼음이 왔다

 

-계간지 ‘유심’(2024년 겨울호) 수록

 

함민복

△1962년 충북 충주 출생.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작품 활동 시작. 시집 ‘우울씨의 일일’, ‘자본주의의 약속’,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 ‘말랑말랑한 힘’,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등 발표. 애지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박용래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유심작품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