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김영선 문자, 조은희 만나잔 것”… 특검서도 공방

吳캠프 봉사자, 檢에 “찾아왔다 쫓겨나” 진술서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1년 2월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연이틀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만나달라’고 간청한 대상이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 김건희 특별검사팀(특검 민중기)이 명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증거물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명씨가 올해 국정감사에서 해당 문자를 ‘연애편지’(연서)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었는데, 문자 내용이 공개된 뒤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해 또다시 거짓말을 한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과 명씨는 특검 대질신문에서도 이 사안을 놓고 ‘진실공방’을 벌였다. 명씨는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가 8일 서울 종로구 KT광화문 웨스트빌딩에 마련된 김건희 특별검사팀 사무실에 오세훈 서울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9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21년 4·7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캠프 자원봉사자였던 A씨는 검찰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이 오 시장의 여론조사 비용 대납 의혹을 한창 수사할 당시 검찰에 진술서를 제출했다. 진술서에는 ‘2021년 2월24일 김 전 의원과 명씨가 캠프 사무실을 찾아왔다가 쫓겨나는 걸 목격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수사팀은 당시 오 시장 등의 캐치콜(통화 중이나 전원이 꺼져 있을 때 걸려온 전화를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 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의혹 수사는 특검 출범 후 특검팀에 이첩됐는데, 진술서와 휴대전화 포렌식 기록 등 증거들도 함께 넘어갔다.

 

그해 2월24일은 김 전 의원이 오 시장에게 누군가를 만나달라고 간청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날이다. 김 전 의원이 오 시장에게 보낸 문자 전문을 보면 김 전 의원은 오전에 오 시장에게 “유비가 눈발에 제갈공명을 기다리듯 오늘 꼭 만나셔야 한다”며 “오늘 반드시 어떻해서라도 만나시라, 간절하다”는 문자를 보냈다. 그 전날에는 시적 표현을 섞어쓰며 마찬가지로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는 취지의 문자를 남겼다. 오 시장은 김 전 의원의 이 문자에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명씨는 세계일보가 해당 문자 내용을 보도한 뒤인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김 전 의원이 당시 오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조은희 후보를 만나달라는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가 당시 선거 상황과 오 시장과 조 의원의 관계를 잘 모른 채 뱉은 허위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조 의원은 오 시장이 발탁해 서울시 정무부시장까지 지낸 인물”이라며 “게다가 캠프의 선거전략상 조 후보와의 단일화는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설명했다. 오 시장 측은 명씨가 “오 시장이 아파트를 주겠다고 했다”는 것도 명백한 허위라고 강조한다.

 

반면 명씨는 전날 특검 조사에서 자신이 당시 조 의원에게 보낸 문자 등을 근거로 김 전 의원이 오 시장에게 만나달라고 한 대상은 조 의원이 맞다고 거듭 주장했다. 명씨는 아울러 김 전 의원이 문자메시지에 쓴 ‘해당화’란 표현 역시 남성인 자신이 아닌 여성인 조 의원을 지칭하는 표현이라면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한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시장의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은 2021년 4·7 서울시장 보선 전 명씨가 사실상 운영한 것으로 의심받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오 시장을 위해 비공표 여론조사를 13차례 실시하고, 오 시장의 후원자 김한정씨로부터 조사 비용 3300만원을 대납받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오 시장과 명씨를 각각 피의자와 참고인 신분으로 8일 소환해 대질신문을 했다. 이날 조사에서도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조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양쪽 주장이 평행선을 그리긴 했지만 그래도 말하는 정황이나 이런 걸 보면 특검의 공정한 판단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