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찰위원회는 경찰의 중립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최상급 치안정책기관입니다.”
2017∼2020년 10기 국가경찰위원회(국경위) 위원을 지낸 조만형 전 전남도자치경찰위원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하며 “다만 경찰이 의지만 있으면 ‘패싱할 수 있는 게 현행 제도의 한계다. 위원 성향, 정권 분위기 등에 따라 국경위 운영에 차이가 많이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재명정부가 국정과제로 정한 ‘국경위 실질화’에 대해 “국경위 운영의 이런 가변적 성격을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게 핵심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본지가 ‘국가경찰委 새판 짜자’ 시리즈를 통해 검찰개혁 ‘반작용’으로 경찰권 비대화에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이재명정부가 문재인정부 때 미완에 그친 국경위 실질화 과제를 완수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과 같은 취지다.
조 전 위원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추진했던 문재인정부가 국경위 실질화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만큼 당시 국경위에 ‘힘’이 많이 실렸다고 설명했다. 조 전 위원장은 “분위기가 그렇다보니 민갑룡 당시 경찰청장도 관심을 많이 가질 수밖에 없었고 위원들도 강하게 의견을 냈다”고 했다. 실제 2017년 경찰청은 외부위원으로 구성한 경찰개혁위원회를 꾸려 국무총리 소속 중앙행정기관 승격 등 국경위 실질화 세부안을 도출해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을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시행을 앞두고 국회가 주도한 경찰법 개정 과정에서는 이런 권고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조 전 위원장은 그나마 힘이 실렸던 문재인정부 시절 국경위에서도 경찰청장 임명제청 동의 절차의 경우 ‘형식적’으로 운영된 게 사실이라고 했다. 경찰법은 경찰청장의 경우 국경위 동의를 받아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으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정하고 있다. 조 전 위원장은 “국경위가 임명제청 동의 안건을 법적으로는 부결할 수 있다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사례도 없고 실제 가결·부결을 판단할 수 있는 기초 자료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조 전 위원장은 이재명정부가 경찰법을 개정해 국경위의 법적 성격을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분명히 하고 경찰청장 임명 제청권을 국경위에 이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현재는 행안부 장관에게 그 권한이 있어 경찰의 정치중립 확보에 반한단 평가가 나온다.
조 전 위원장은 “현재 국경위에 대해 행안부가 ‘자문기구’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의 성격을 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국경위 산하에 경찰청을 두게 해 경찰청장뿐 아니라 국가수사본부장에 대한 임명 제청권까지 국경위가 행사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경찰청장의 경우 장관급으로 격상하면 국경위와 행안부 장관 간 경찰청장 임명 제청권 소재를 둘러싼 논란도 자연스레 해소된다는 게 조 전 위원장 설명이다.
조 전 위원장은 동시에 국경위 운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회의내용을 ‘실명’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단 의견도 내놨다. 현재 국경위는 회의록을 남기지만 거기엔 발언한 위원이나 경찰 관계자가 누구인지 기록하지 않고 있다.
조 전 위원장은 “각 발언 내용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기 위해 발언자 실명과 그 발언이 언제, 어떤 맥락에서 이뤄졌는지 세세하기 기록할 필요가 있다”며 “민감한 안건의 경우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해 내규로 ‘예외 사항’을 정해 회의록의 공개·비공개 여부를 의결하도록 보완하면 될 일”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