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안보·관세 협상 합의를 명문화한 ‘조인트 팩트 시트’ 작성이 지체되고 있다. 양국 정상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계기 회담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낸 후 열흘이 넘었다. 지난주 발표를 자신했던 대통령실은 “미국에서 문건을 검토하면서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는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미국의 관세 인하는 우리 국내 절차도 끝나야 이뤄진다. 안보와 통상은 우리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중대 사안이다. 조급하게 추진하기보다는 우리 입장을 최대한 관철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대 쟁점은 원자력추진잠수함(원잠) 도입 문제라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의 원잠 도입 요구를 깜짝 승인했지만, 잠수함 건조 장소로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지목했다. 필리조선소엔 잠수함 건조 시설도 없다. 원잠 건조를 위해 행정·기술 절차를 밟는 데만 10년 이상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설비 구축부터 인력 확보까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니 예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다행히 대통령실은 당초 계획대로 국내 건조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현실적 방안이다. 한·미 조선협력 구상인 ‘마스가’를 지렛대 삼아 반드시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