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尹 탄핵 심판 선고 앞두고 프로그램 악용 23만건 올라와 게시판 접속 중단 홈피 장애도 절반 이상이 30대… 무직 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올해 3월 헌법재판소 홈페이지에 악성 매크로(자동 반복 실행 프로그램)를 이용해 ‘탄핵 반대’ 게시글을 다량으로 올려 장애를 유발한 50여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극우 성향 온라인 커뮤니티에 매크로 링크를 게재해 다수의 범행 가담을 유도한 한 30대 남성의 경우 이틀간 혼자서 게시글을 무려 4만건 넘게 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악성프로그램 유포·정보통신망 장애) 혐의로 A(38)씨를 불구속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뉴스1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올해 3월9일부터 이틀간 헌재 홈페이지에 악성 매크로로 탄핵 반대 게시글 4만4000여건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 탄핵 반대 딸깍으로 끝내기’라는 글과 함께 매크로 링크를 게시해 유포한 혐의도 받는다. A씨는 당시 이 글에서 “손쉽게 (게시글을) 등록할 수 있게 스크립트를 만들었다”고 안내했다.
이 링크로 같은 기간 A씨 외에 57명이 헌재 홈페이지에 약 19만건 게시물을 올리면서 게시판 접속이 일시 중단되는 등 홈페이지에 장애가 발생했다. 사건 당시 헌재는 평시 대비 홈페이지 접속 시도가 10배 이상 증가한 걸 인지하고 3월10일부터 매크로 탐지 프로그램을 통한 홈페이지 접속 차단 조치를 가동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서 매크로를 이용한 헌재 게시글 반복 게재가 “불법 여론조작”이란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소통위원회 허위조작감시단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극우 매크로가 헌법재판소 자유게시판을 도배하고 있다. 이건 국민 의사가 아니라 조직적인 조작”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들 게시글 내역을 확보, 분석해 A씨 외 57명을 특정했고 정보통신망법 위반(정보통신망 장애) 혐의로 입건 후 불구속 송치했다.
다만 홈페이지에 장애가 발생한 올해 3월9∼10일 탄핵 반대 게시글을 올린 전원을 수사한 건 아니라는 게 경찰 설명이다. 홈페이지 장애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볼 수 있는 ‘게시글 게재량’ 등 기준을 정해 혐의를 적용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우선 3월9∼10일에 장애가 발생한 시점에 매크로를 이용해 글을 게재한 사람 중에 최소 수백건 올린 사람을 특정해 혐의를 확인했다”며 “수사 범위를 정하는 과정에 헌재 쪽에서 받은 의견을 주로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사건 당시 관련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즉각 입건 전 조사에 착수했다. 얼마 안 가 수사로 전환한 뒤 3월 중 A씨를 특정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송치까지 시간이 걸린 데 대해 “나머지 57명이 다 지방에 흩어져 있다 보니 일일이 검거하고 조사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A씨를 포함해 이번에 송치된 58명을 연령별로 보면 30대가 30명(51.7%)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20대 16명(27.6%), 40대(15.5%), 50대(5.2%) 순이었다. 직업은 무직이 21명(36.2%)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회사원 19명(32.8%), 자영업 7명(12.1%) 등 순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계기로 매크로 같은 불법 자동화 프로그램을 악용한 부정행위 전반에 대해 집중 단속하고, 상시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