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의견만 냈다는 鄭법무… 법조계 “수사 지휘” 의견 우세 [檢, 대장동 항소 포기 파장]
기사입력 2025-11-11 18:50:00 기사수정 2025-11-11 17:57:41
“항소 포기 이어져 실질적 효력” 역대 장관들 3번 지휘 발동 전례 천정배, 공식 서면 보내 절차 지켜 추미애는 검찰청법 위반 논란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대장동 민간업자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자신은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밝혔을 뿐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법조계에선 “사실상 수사지휘”였다는 반박이 나온다. 검찰청법상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에 해당할 경우 ‘항소 포기’로 인한 논란과 관련해 정 장관 역시 책임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장관은 전날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항소 기한(8일 0시) 마감 직전인 7일 밤을 포함해 두 차례에 걸쳐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대검찰청에 전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행사 차원은 아니었다며 선을 그은 것이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9회 국무회의에서 업무 보고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하지만 법조계에선 “형식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뿐, 사실상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감독이라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대검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장관의 의견에 따라 항소를 불허하면서 결국 항소가 불발된 결과에 이른 것이라면, 장관의 의견은 곧 실질적인 지휘로서 효력을 가졌다는 지적이다.
검사장 출신 한 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라는 것은, 검찰 의견과 법무부 장관의 의견이 다를 경우 장관의 의견을 우선하라는 개념”이라며 “그런 점에서 장관의 ‘신중 처리’ 의견이 결국 항소를 하지 말라는 의미로 아래에 전달되고 장관의 의견이 우선적으로 적용된 거라면 사실상의 지휘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규정한 검찰청법 8조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또 다른 검찰 출신 변호사도 “항소 마감일에 임박해 지검장이 항소에 결재한 상황을 다시 보고받자 ‘신중하게 하라’고 했다는 건 명백한 개별사건 지휘”라고 했다.
법무부 장관이 개별사건과 관련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한 사례는 지금까지 세 차례 있었다.
민주당 정권에서 현직 여당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됐을 때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2005년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 교수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김종빈 검찰총장에게 ‘수사지휘서’를 보내 불구속 수사를 지휘한 것이 헌정사상 첫 사례다. 김 총장은 천 장관의 수사지휘 이후 만 47시간 만에 사표를 냈다. 김 총장은 퇴임 이후 언론 인터뷰에서 “지휘권 발동 직후 사표를 제출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바로 던지는 것은 ‘항명’으로 비칠 것 같아 잠시 시간을 가졌다”고 말했다.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두 차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전 장관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검사 술접대 주장’과 윤 전 대통령의 가족 수사 등에 그를 수사 지휘 라인에서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이를 두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지휘 수준을 넘어서 검찰청법을 위반했다는 논란마저 일었다.